[데스크 칼럼] 이제 건설업 새판 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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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이제 건설업 새판 짤 때다

업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 중 하나가 취업자 수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해 ‘3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는 194만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만5000명(8.7%) 급감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최장기간인 11개월 연속 줄었다.

그동안 건설업은 고용 창출과 내수 진작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하지만 최근 산업 전반에 이상 조짐이 뚜렷하다. 고용 기반이 흔들리고, 연관 산업으로의 파급력도 약화해 국가 경제에 부담이 될 지경이다. 조만간 조기 대선이 실시된다. 건설업을 ‘낡은 산업’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SOC)에 기반을 둔 ‘성숙 산업’으로 인식하고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할 때다.

흔들리는 인프라 기간산업

건설업은 아파트 같은 주택과 건축물, 도로와 지하철 같은 토목 등 생활 인프라를 담당하는 기간산업이다.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고, 지역 경제의 20~25%를 책임진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건설업 생산유발계수(2020년 기준)는 2.017로 전 산업 평균(1.875)을 10.5% 웃돈다. 건설업의 고용 유발 효과도 생산액 10억원당 10.8명으로 제조업 평균(6.5명)보다 1.7배 높다. 건설업이 ‘취업자의 보고’로 불리는 이유다.

2022년 이후 이어진 고금리, 원자재값과 인건비 상승,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 복합 악재로 건설업은 깊은 침체 늪에 빠졌다. 지방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 증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도 부담이다. 이 여파로 올해에만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시공능력평가 200위 내 건설사 중 10곳가량이 줄도산했다.

건설업 침체는 고용시장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한때 전체의 10%(250만 명)에 육박한 취업자 수는 지난달 6.7%(194만 명)까지 쪼그라들었다. 중개업, 인테리어업, 이사업 등 연관 업종도 침체의 골이 깊다. 철강 시멘트 레미콘 등 후방 산업도 휘청이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의 절반인 임시·일용직 종사자에게 미치는 충격은 더 크다.

건설업 패러다임 바꿔야

대선 후보는 물론 오는 6월 출범할 새 정부가 건설업 생태계 고사를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행 ‘최저가 낙찰’ 중심의 수주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적자 구조의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에서는 공사 원가율이 100%에 근접해 손실을 안 보면 다행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정책적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비롯한 대형 인프라 사업과 수도권 주택 공급 확충, 노후 인프라 유지·보수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책사업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동시에 건설업계도 토건족, 뇌물 수수, 비자금 조성 같은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야 한다. 하루걸러 발생하는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 강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래야 사라져가는 MZ세대의 목소리를 건설 현장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지속 가능한 건설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산업구조 혁신도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대선이 건설산업의 판을 새롭게 짤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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