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당초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현행 14세 기준을 유지하기로 결론 내렸다. 하지만 흉포한 범죄 가담자의 저연령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커지자 이처럼 방침을 변경했다. 지난해 검거된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은 2만 명이 넘어 5년간 80.7% 급증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촉법소년의 경계선에 있는 13세다. 자신이 촉법소년임을 앞세워 범죄를 저지르거나 죄를 짓고도 “촉법이라 괜찮다”며 피해자를 조롱하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죄질도 나빠지고 있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강간, 추행 등 성범죄는 5년간 2배로 늘었다. 이로 인해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단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대해 찬성했고, 대국민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8명이 찬성했다.
그러나 처벌 연령을 낮춰도 범죄 억지 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2.3%로 성인 재범률의 3배나 된다. 낙인 효과는 큰 반면, 처벌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욱이 전국 소년원 10곳과 위탁시설 18곳은 이미 정원을 한참 넘은 과포화 상태다.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소년범들은 다시 범죄 유혹에 빠지기 쉽다. 소년범을 격리하고 처벌한다고 우리 사회가 저절로 안전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중대한 범죄’의 세부 기준은 향후 마련하기로 했다. 살인, 강도, 강간 등이 21대 국회에 발의됐던 법안들에 따라 중대 범죄로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문제는 죄명과 형량에 따라 중대한 범죄의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으면, 비슷한 범죄에 가담하고도 처벌 여부가 갈려 형평성 논란이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논란을 피하려면 충분한 숙고 절차가 있어야 한다. 또한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더라도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 인프라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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