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영남 일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3조원+α, 통상 대응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4조원+α,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 지원 등 민생 부문에 4조원+α등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밝힌 규모에 비해선 2조원 늘었다. 정부는 당초에 비해 세 가지 분야에서 조금씩 늘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국회에 조속한 처리를 호소했지만 2주일 넘게 지난 만큼 2조원 정도 늘린 것은 트집 잡을 일이 아니다. 특히 사안별로 상황이 바뀌어 규모를 조금 늘려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산불을 보면 향후 재발할 경우 신속한 진화를 위해 중·대형 산림 헬기와 AI 감시카메라, 드론 등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트럼프 관세에 대처하려면 피해를 본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정책자금을 더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요구였다. 내수 경기 부진으로 고통받고 있는 취약계층이 공공요금·보험료 납부에 쓸 수 있도록 연간 50만원의 크레디트를 새로 만드는 것도 필요한 일이었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민의힘이나 더불어민주당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정을 핑계로 추경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제는 다 정리된 만큼 국회는 하루빨리 추경안 논의에 나서야 한다. 우선 여야정협의회를 구성하는 게 급선무다. 민주당은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 협박을 접고 대화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 각 추경 사업에 대한 세부 예산을 논의하려면 정부 참여가 필수다.
국힘은 12조원에서 한발도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를 가져선 안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기와 자영업자,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해 적정 추경 규모를 15조~20조원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민주당이 당초 내세웠던 35조원을 고집하지 않고 15조원까지 줄인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지역화폐 등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퍼주기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정책에 집착해선 곤란하다. 정부안 12조원과 15조원은 3조원 차이에 불과하다. 국회가 민생과 급변하는 대외환경을 고려해 이달 안에 추경안을 처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