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초고령사회 진입, 국민연금 개혁 등과 맞물린 정년 연장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어제 직무성과급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정년유연화·계속고용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성과와 책임이 연동되는 임금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임금체계 개편을 전제로 한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연공서열 중심의 고용 체계에서는 정년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일견 비슷한 주장 같지만, 양측의 종착점은 다르다. 국민의힘의 정년유연화는 법으로 정년 연장을 강제하지 않고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뜻이다. 퇴직 후 재고용을 늘리자는 경제계 의견과 일맥상통한다. 반면 민주당은 노동계가 원하는 법정 정년 연장에 방점을 찍었다. 임금체계를 바꾼 후 법으로 정년 연장을 못 박겠다는 것이다. 법정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법률 개정안 9건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모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민주당이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법정 정년 연장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할 수 없다. 우선 청년 고용을 악화시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노동연구원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후 7년이 지나자 청년 고용이 12%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기업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진다. 정년이 65세로 늘어나면 60~64세 정규직 근로자 고용 비용은 연간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한국경제인협회). 이 금액이면 청년층(25~29세) 90만 명을 새로 고용할 수 있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노조가 있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돼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심화할 수도 있다.
일본은 2013년부터 근로자가 희망하는 경우 65세까지 고용을 의무화했지만, 법정 정년은 기존 60세를 유지하고 있다. 기업이 65세까지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산업과 기업이 처한 현실은 제각각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정년을 늘리면 오히려 마찰과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 법정 정년 연장보다 퇴직 후 재고용을 통한 계속고용이 더 바람직한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