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정적자가 다시 100조원을 넘어섰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실질적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지난해 104조8000억원 적자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많았던 2020년 112조원 적자, 2022년 117조원 적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을 제외한 것으로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다.
이 같은 대규모 재정적자는 경기 부진으로 법인세 등 세수가 30조8000억원이나 덜 걷혔지만 씀씀이는 그대로 유지한 탓이다. 정부는 민생을 위한 복지 지출 등을 줄이지 않아 재정수지가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4.1%로 정부가 정한 재정준칙인 3%를 2020년 이후 5년째 웃돌았다. 재정적자 누적으로 중앙 및 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국가채무도 1175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미래 세대에게 부채 상환 부담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나라살림이 적자 수렁에 빠졌지만 올해도 재정수지 개선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트럼프발 관세 폭탄과 세계 경제 침체로 세수 확보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지만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고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지출은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최소 85조원 재정적자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어제 정부의 ‘10조원 필수 추경’과 관련해 수출기업 지원 및 내수 진작 예산 확대를 요구했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하는 수십조원의 지역화폐 살포도 큰 시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적자 폭을 줄이려면 정부 씀씀이를 구조조정할 수밖에 없다. 기존 지출예산 삭감 없이 모든 신규 수요에 예산을 배정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정 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공약 남발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정부는 긴축, 정치권엔 절제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