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연세대 의대, 연세대 원주의대, 경북대, 차의과대학원 등 5개 의대가 21일 등록 및 복학 신청을 마감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에서는 의대생 절반가량이 복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40개 의대가 1년 넘게 학교를 떠난 의대생들에게 이달 말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 및 제적 처리를 하겠다고 통보한 가운데, 작게나마 복귀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의대생 복귀를 저지하기 위한 블랙리스트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고려대 의대 재학생의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는 실명으로 등록금 미납을 인증해 달라는 글이 올라와 교육부에 신고가 접수됐다. 사실상 집단 괴롭힘을 예고하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연세대 의대서도 비대위 학생들이 등록금 미납 인증을 요구하고, 이를 인증하지 않은 학생들의 명단을 작성해 온라인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연세대 감귤 명단’으로 공개하겠다고 압박했다. ‘감귤’은 병원에 남아 있는 전공의, 학교로 돌아온 의대생 등을 뜻하는 은어라고 한다. 건국대 의대 학생들은 “수업 복귀자는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생명을 다루게 될 의대생들 사이에서 사이버 불링과 같은 집단적 폭력이 횡행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1년 넘게 의정 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묵묵히 일하는 의사를 조롱하고, 개인 의지를 무시하고 동료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태를 되풀이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더욱이 단 한 명의 정원도 늘지 않은 서울 소재 의대에서 동료와 후배에게 희생을 강요할 명분은 없다.
의대생들의 복귀는 꼬일 대로 꼬인 의정 갈등의 실타래를 풀 실마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정부는 의대생들이 복귀하면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의정 간 의대 정원 논의도 속도가 붙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시스템의 공백은 회복하기 어려울 지경으로 치닫는다. 의대 증원 철회도 없던 일이 되고 의대생 집단 유급 및 제적으로 수년간 의사 공급의 맥이 끊길 판이다. ‘같이 망하자’라는 식의 자해적인 집단행동은 멈추고 이제 의대생은 돌아와야 한다.-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