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관위 특검, 정치색은 빼고 속도는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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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 처리 방침을 당론으로 의결하면서 여야가 특검법안을 본격 논의할 토대가 마련됐다. 민주당은 지난주만 해도 야당이 주장하는 특검 도입 대신 선관위 해체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당 TF를 통해 제안했다. 하지만 이젠 “문제는 제도 개혁과 함께 이번 사태 책임을 묻는 일”이라며 특검 수사 우선이란 원칙을 앞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특검 수용 방침에 “국민들의 승리”라고 환영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유권자 참정권이 직접 침해된 전례 없는 사건이다. 특검이 도입되면 선관위가 헌법기관이라는 방패를 두른 채 감시와 통제의 사각지대에서 얼마나 무책임하게 선거를 관리해 왔는지 확인하는 게 핵심이다. 본투표 당일 투표용지 교부는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왜 사태 파악도 못 한 채 허둥댔는지, 선관위 직원들은 왜 기초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말을 바꾸는지 등 부실과 무능의 원인을 가리기 위해 확인할 게 산더미다.

하지만 여야는 특검을 추진하자는 뜻을 밝혀 놓은 뒤에도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추천 특검 임명을 관철시키겠다”고 했다. 처음부터 투표용지 부실 문제에서 정부 책임론을 부각해 대여(對與) 공세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일각에선 특검법 논의 시기에 대해 “원 구성이 마무리되는 즉시”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11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를 먼저 차지한 가운데 나머지 원 구성과 특검법 처리를 연계시키려는 내심을 드러낸 것 아닌가.

여야가 심각한 참정권 훼손 사태의 진상을 가릴 특검법 처리에 다른 속내를 엿보이는 것은 우려스럽다. 특검에 정치색이 입혀지면 수사가 엄정하게 이뤄진다 한들 결과에 승복하지 못할 개연성이 커진다. 특검법 처리가 원 구성 줄다리기와 맞물려 지체될 경우 핵심 증거가 훼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는 무엇보다 특검의 정치색을 빼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당 추천보다는 변호사 단체, 학계 등을 포함해 공신력 있는 제3의 기관으로부터 중립적인 인물을 추천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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