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분기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5% 감소했지만 증권사 추정치 평균(4조9600억원)보다 30% 이상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폭탄 우려를 조금이나마 덜어준 반가운 소식이다.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부문의 선전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여기서 4조4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1월 ‘진정한 인공지능(AI)폰’으로 출시한 갤럭시 S25는 역대 최다 사전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초기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S24에 비해 ‘AI 비서’ 기능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은 전 모델과 동일하게 책정한 게 먹혔다. 혁신은 결국 소비자에게 통한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애플 아이폰이 글로벌 프리미엄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AI폰에서만은 삼성 갤럭시가 한 수 위란 얘기를 듣는 이유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1분기 영업적자 가능성이 거론된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도 메모리 D램 출하량이 늘면서 8000억원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중국 소비 촉진책인 이구환신 효과로 전방 정보기술(IT) 수요가 살아난 결과다. 이 밖에 TV·가전, 디스플레이 등도 예상보다 선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트럼프 관세 폭탄이 본격화할 2분기엔 실적에 급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관세 부과 전 사재기 제품 수요가 사라지고 경기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도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관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예고한 마당이다. 1분기 실적 바닥, 2분기 본격 회복이란 기대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가 본격 시행되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스마트폰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남미 등에서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 같은 혁신적 노력을 더욱 가속화해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