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최초의 롯데 직무급제, 가야 할 방향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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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전 계열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무급 임금제를 도입한다. 올해 상반기 중 일부 계열사를 시작으로 연구개발직 사무직 생산관리직 판매직 등 수만 명에게 적용하되 일반 생산직은 일단 제외한다고 한다. 전체 계열사 직무를 업무의 난도와 중요도에 따라 나눠 기본급 차이를 두고 개인별 성과급을 따로 지급하는 ‘직무급+성과급’ 방식이다. 총 인건비는 늘어난다고 하니 노동조합도 적극 부응해 좋은 모델로 정착시키길 바란다.

시대 변화에 뒤떨어진 호봉 임금제도의 문제점은 근래 수없이 지적돼 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은 연공에 따른 임금 책정이 지나칠 정도다. 유럽 국가들보다 더한 것은 물론이고, 일본보다 더 심하다. 한국에서 30년 이상 근속 근로자는 1년 미만 신입자보다 4.4배나 많은 임금을 받는다. 15~19년차 임금도 신입 근로자보다 3.3배 많다. 20~30년 근속자 역시 신입의 2.83배다. 독일(1.88배) 프랑스(1.34배) 영국(1.49배) 같은 유럽 강국들은 물론 연공임금 전통이 오랜 일본(2.54배)보다도 많다.

생산성이 갈수록 중시되는 인공지능(AI)시대에 이런 임금제도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미국과 유럽의 유수 대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요타 히타치 소니 등 일본 회사들과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중국의 화웨이 샤오미 텐센트 같은 곳도 직무급제다. 영국에서는 기업의 80%가량이 직무급제로 임금을 준다는 통계도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 잡았다는 얘기다.

회사 분위기가 보수적이라는 평을 듣는 롯데가 임금제도를 바꾸기로 한 것은 절박함의 발로로 평가된다. 그만큼 요즘 국내 기업들의 사정이 좋지 않다. 때마침 이번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고용, 노동과 임금 문제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정년연장 혹은 퇴직 후 계속 고용’ 문제가 좀 더 부각되고 있지만, 직무급과 성과급까지 포함해 고용과 근로 방식, 임금 전반에 걸쳐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 일부 공기업들처럼 겉으로는 직무급제로 가면서도 실제로 임금 차등화는 미미한 무늬만의 직무급, 형식적 성과급제는 큰 의미가 없다. 젊은 MZ 세대를 급변한 노동시장에서 포용하려면 직무급제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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