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제조업’으로 약진하는 차이나 머니의 또 다른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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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의 약진이 눈부시다. 고부가가치 LNG 운반선과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한국 조선소들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수주 잔량과 기술 경쟁력, 생산 효율성에서 앞서 나가며 ‘K조선 르네상스’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화려한 실적 뒤에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 취약점도 있다. 바로 선박금융이다.

해당 업계에 따르면 중국 선박금융의 약진 실상은 적잖은 충격을 준다. 중국 조선소에 선박 건조를 맡기는 조건으로 선가의 최대 95%까지 금융지원이 가능할 정도로 중국 금융회사들이 이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배를 잘 만드는 수준을 넘어 금융과 제조업을 결합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구축한 결과다. 국내외 선사들은 선박 가격뿐 아니라 자금 조달 조건을 비중 있게 보면서 발주를 결정한다. 기술력이 뛰어나도 금융지원에서 밀리면 수주 경쟁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 해운사들도 이제는 중국 금융회사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충분한 선박금융 자금 조달이 쉽지 않고 조건도 불리한 데 반해 중국은 공격적인 금융지원을 내세워 고객 해운사를 끌어들인 덕이다. 2022년 중국 리스회사의 한국 선박금융 시장 비중은 5%였지만 지난해에는 31%로 급증했다. 이 기간에 국내 정책금융은 54%에서 27%로 반토막 났고, 민간은행 비중도 13%에서 7%로 떨어진 것과 비교된다. 제조 경쟁력은 한국이 갖고 있지만 금융에서 주도권은 중국이 확보해가는 셈이다. 조선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반도체 등 ‘전략산업’에서 제조업과 금융을 결합한 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구축해왔다. 금융을 산업 경쟁력의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 영향력이 커지는 배경에는 이러한 ‘금융+제조업’ 결합 전략이 있다.

K조선의 경쟁력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수주 호황이 언제까지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중국 조선업이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는 상황에서 금융 경쟁력까지 더해진다면 시장 판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제조업의 승부는 공장 안에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금융과 기술, 공급망, 인재,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종합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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