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멍 뚫린 비자 심사, 민원인엔 갑질…세금 아까운 재외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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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5 17:17 수정2025.04.15 17:17 지면A31

외교부 산하 재외공관의 비자 심사 및 민원 처리 업무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잠재적 불법 체류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서도 재외국민·재외동포 서비스 업무에서는 불필요한 절차와 서류 요구로 비용 부담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감사원의 재외공관 운영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불법 체류자가 2021년 38만 명에서 2023년 42만 명으로 증가한 데는 허술한 비자 심사 시스템이 주요인 중 하나로 나타났다. 베트남 주호찌민 총영사관에서 관광비자를 발급받고 국내에 들어와 불법 체류하고 있는 515명 중 20%인 113명을 무작위 선별해 비자 심사 적정 여부를 점검해 보니, 그중 19명이 같은 계좌로 잔액증명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베트남에서는 80만동(약 4만원)만 내면 2억동(약 1100만원)이 예치된 계좌를 위·변조해 준다는 광고가 인터넷에 퍼져 있는데도 비자 심사에 이처럼 구멍이 뚫렸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원인을 파악해 보니 법무부와 재외공관 간 통합사증정보시스템 부재와 함께 외교부의 주먹구구식 인력 배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재외공관별 1인당 1일 비자 건수가 가장 적은 곳은 0.52건인데 주호찌민 총영사관은 387건에 달했다. 주재국 교과서에 한국과 관련해 황당한 내용이 실려 있음에도 손을 놓고 있는 대사관도 적잖았다. “한국은 동남아시아에 속한 국가”(영국), “남한 인구의 63%는 농민”(라오스), “1750~1850년 한반도는 스페인의 식민지”(아르헨티나) 등 중대한 오류에도 해당 대사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제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재외국민 민원 업무 때는 필요 이상의 까다로운 절차로 원성을 사고 있다. 출생신고 접수 시 도장이나 번역본 공증서류 등을 제출하도록 해 민원인에게 불편과 비용 부담을 안기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재외공관의 환골탈태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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