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10원90전 급등해 1484원10전으로 마감했다. 장중 1487원까지 올라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관세전쟁이 환율전쟁으로 이어지는 양상이어서 1500원 사수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코스피지수도 2300선 아래로 추락하는 등 금융시장 전반이 패닉이다.
탄핵 인용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에도 환율은 최근 한 달 새 50원 가까이 급등했다. 관세전쟁이 환율을 높이고, 원화 약세가 외국인 주식 매도를 부추겨 다시 환율을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다. 유로, 엔 등 다른 통화보다 약세가 가파르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수출 중심 경제 한국이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미·중 충돌이 치킨게임으로 내달리는 점도 악재다. 미국은 대중국 상호관세를 104%까지 높였다. 34% 관세 부과에 중국이 34% 맞불관세로 대응하자 다시 ‘50% 추가 관세’를 때린 결과다. 양측 모두 “끝까지 맞서겠다”는 입장이어서 두 나라를 핵심 수출국으로 둔 한국 경제가 더 큰 홍역을 앓는 모습이다. 중국이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심리적 지지선인 7.20위안 위로 상향한 점도 우려를 더한다. 최근 원화는 위안화와 커플링되는 모습이 뚜렷해서다.
원화 약세가 유리하다는 등식은 무너진 지 오래다. 철강·석유화학 등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정보기술(IT) 역시 원화 가치가 10% 하락할 때 이익률이 8%포인트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중소기업도 마찬가지다. “90%가 원자재 수입·가공 후 판매하는 구조여서 환율 상승 시 원가 부담이 급증”(중소기업중앙회)한다.
글로벌 경제구조의 거대한 변화에서 오는 환율전쟁인 만큼 상투적 시장 개입으로는 외환보유액만 낭비할 공산이 크다. 미국은 환율조작에 불을 켜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자 트럼프는 즉각 “환율조작”이라고 맹비난했다. 지금으로선 국민연금과의 스와프, 은행 외환유입 한도 확대를 병행하면서 경제 체질 강화를 도모하는 게 최선이다. 중국 의존성 완화로 ‘위안 커플링’을 탈피하는 것도 경제주권 강화 차원에서 긴요하다. 정치권 역시 반도체특별법 등 기업 현안에 전향적으로 임해 환율전쟁에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