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공기관의 스타트업 서비스 베끼기…사업모델 탈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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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5 17:18 수정2025.04.15 17:18 지면A31

국세청이 지난달 말 내놓은 종합소득세 환급 서비스 ‘원클릭’이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1주일 만에 이용자가 40만 명에 이르고 환급액은 300억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공제 항목을 제대로 모르거나 건너뛰는 바람에 더 낸 세금을 손쉽게 점검하고 돌려받을 수 있으니 납세자로선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삼쩜삼 등 민간 기업의 환급 서비스를 이용하면 환급액의 10~20%를 수수료로 내야 하지만 국세청은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니 더욱 반갑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자비스앤빌런즈라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갖다 사용한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15년 설립된 이 스타트업은 클릭 몇 번만으로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2020년 5월부터 ‘삼쩜삼’이란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영세사업자, 프리랜서, 아르바이트생, 직장인 등 2300만 명이 가입했으며 누적 환급 신고액은 1조6700억원에 이른다.

자비스앤빌런즈는 지난해 10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국가기관이 동일 서비스를 무료로 하는 통에 존폐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국세청은 삼쩜삼으로 인해 중복 공제 등 부당 환급 신청이 많아 이 서비스를 직접 하게 됐다고 하지만 서비스 아이디어 자체를 탈취해 기업을 위기로 내몰았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다.

서울시의 교육 플랫폼 ‘서울런’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시는 학원에서 인기 강의를 사들여 저소득층 학생에게 무료로 온라인으로 제공한다는 좋은 취지를 내세우지만, 예산으로 사설 학원의 지식재산권을 무료 배포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저가 수수료로 운영하는 공공배달앱도 민간 배달업을 구축(crowding out)하거나 위축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공공기관운용법 4조는 ‘공공기관은 민간이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설치·운영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공이 민간과 비슷한 일을 하거나 경합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의미다. 이번 기회에 감사원 등 책임 있는 기관이 나서서 잘못된 것은 바로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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