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부동산 대책을 어제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9월 말까지 6개월 시행되는데, 집값 불안이 계속되면 기한 연장은 물론 구역 확장까지 고려하겠다고 한다.
서울시는 불과 한 달여 전 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허가구역에서 전격 해제했다. 이번에 새로 지정한 면적은 110.65㎢로 당시 풀린 면적의 8배 가까이 된다. 해제 지역의 집값이 급등하고 강북 등으로 확산하자 초강수를 내놓은 것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본래 신도시 등 개발 예정지에서 투기적 토지 거래를 막기 위한 제도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부터 집값 잡기에 쓰여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변질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어제 “자율 경제에 맞지 않는 비상대책”이라고 할 만큼 재산권 침해 논란이 큰 규제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허가구역이 특정 구역이나 동(洞)이 아니라 구 단위로 한꺼번에 지정됐다. 이런 무차별적 지정은 전례 없던 조치다. 재건축이나 개발 호재가 없는 일반 아파트까지 포함돼 총 2200개 단지, 40만 가구의 재산권 행사가 속절없이 제약받게 됐다.
이처럼 과도한 반시장적 규제를 내놓을 만큼 현 상황이 엄중한지 의문이다. 집값 불안이 이어지기에는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는 모두 악화하는데, 도널드 트럼프발 관세 폭탄까지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정책 변화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책이 이렇게 단기간에 오락가락해도 되는 것인가. 이러니 표심을 얻겠다고 풀었다가 집값 불안으로 몰매를 맞자 과잉 규제로 발 빠르게 선회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집값을 억누르는 것은 규제가 유지될 때까지만 가능하다는 사실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증명됐다. 그런데도 거래허가제라는 ‘시한폭탄’을 더 광범위하게 쓰기로 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일단 집값부터 잡고 보자는 면피식 졸속 정책이 가져올 피해는 이번에도 애꿎은 국민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