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통화와 관련, “미국의 요구를 다 들어줘 버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측의 요청으로 통화가 이뤄졌다고 한다”며 “한 권한대행의 대미 통상 협상을 믿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 불명확하기 짝이 없다. 진 의장 자신도 “우리 정부가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 측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지목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미국 노동자와 농민을 위해 정말 긍정적이었다”며 “테이블에 많은 양보(concessions)가 있었다”고 말한 대목이다. 해싯 위원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통화 뒤 양국에서 나온 반응을 보면 큰 틀의 협상 원칙 정도만 오갔음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상식적으로 봐도 현 단계에서 ‘미국 요구 다 수용’은 이해하기 어렵다. 협상하기도 전에 양보안부터 덜컥 내놓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
정치권에서 협상을 제대로 하라고 요구하고 우려도 전할 수 있지만,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여야 한다. 전략을 짜고 협상을 시작하는 마당에 “대행 체제의 외교 역량으로는 역부족 아니냐”며 김을 빼고, 국민 불안을 거론하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의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 때도 ‘저가 수주’ ‘덤핑 수주’ 논란을 야기하며 국가적 성취에 재를 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상대가 있는 협상에서 국익보다는 정략에만 몰두하는 행태가 이번에도 반복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