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日·유럽 3000억弗 이란 기금”… 전쟁 뒷수습은 동맹 몫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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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이란 전쟁 이후 이란 재건을 위해 최대 3000억 달러(약 452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기금 설립을 허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 보도했다. 특히 미국 고위 관계자는 “유럽의 기업들은 물론 한국 일본 등 아시아와 미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J D 밴스 부통령도 한 인터뷰에서 “이란이 의무를 이행하면 기금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투자기금 구상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가짜 뉴스”라고 부인했으나 미국으로선 이란과의 핵 협상을 위해 제시할 수밖에 없는 보상 방안일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종전을 위한 대략의 골자가 담긴 1쪽 반짜리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지만 벌써 핵심 사안을 두고 양측 간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60일간 이어질 추가 협상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란 재건기금 구상 역시 핵 협상이 완결되고 이란이 합의를 준수할 경우를 전제로 나온 것이다.

그간 미국은 종전 합의의 대가로 이란에 자금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이란 핵합의(JCPOA)에 대해 “이란에 현금 뭉치들을 보냈다”고 비난하며 현금성 보상 가능성을 부인해 왔다. 그랬던 트럼프 행정부가 민간 투자기금이라는 명목 아래 사실상 이란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것인데, 그것은 이란이 줄곧 종전의 조건으로 요구해 온 전쟁 배상금 지급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미국이 그 기금을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로부터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라면 그것은 ‘동맹 팔 비틀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동의 정세 불안이 언제 끝날지 모를 상황에서 기업들이 정부 권유 없이 자발적 투자에 나설지부터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몇몇 국가에서 함정 한두 척을 배치하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라며 군함 파견을 요구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동맹과 상의도 없이 전쟁을 벌이고선 이제 그 뒤치다꺼리를 동맹에 떠맡기겠다는 트럼프식 일방주의에 외교의 상식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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