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USTR에 제출한 교역 상대국 불공정 무역 관행 의견서에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규제 위반, 근로기준법 위반, 세관신고 오류 등의 사유로 한국에서 종종 형사기소되거나, 출국금지·징역형·추방 등의 조치를 당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른 선진국에서라면 법인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으로 다뤄질 사안들이 한국에선 CEO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사법 처리 관행을 미국 정부가 불공정한 비관세 장벽의 하나로 보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크다. 다만 내국인·외국인을 불문하고 기업인의 경영 행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처벌 수위가 과도하게 높다는 점은 한국 경제계도 오래전부터 지적해 온 문제다. 대표적인 게 중대재해처벌법이다.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재재해가 발생하면 안전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기업 CEO나 안전 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주 52시간을 넘겨 초과 근무를 시킨 사업자 역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다른 선진국에선 대부분 민사소송을 통해 해결하는 사안들이다.
이렇다 보니 외국인 임원들이 형사처벌이 두려워 한국 오는 걸 꺼리는 바람에 글로벌 기업 한국 지사장 자리를 채우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한국GM의 전 사장이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를 불법 파견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돼 세 차례나 출국금지를 당하는 일도 있었다.“한국에선 법적 조치가 자주 정치적 동기로 추진된다”는 미 상의의 지적은 특히 귀 기울여야 할 아픈 부분이다. 기업과 기업인을 과도하게 처벌하는 법들은 대부분 유권자 표를 의식한 과잉 입법에서 출발했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인 우리 경제의 수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무리한 법률과 규제를 손보는 작업에 정부와 정치권은 곧바로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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