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상공회의소가 한국의 기업인 처벌이 과도하다는 내용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관한 의견서를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최근 전달했다. 다음달 2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를 앞둔 시점에 미국 재계가 한국의 비관세장벽 중 하나로 과도한 기업인 형사처벌을 지목한 것이다. 국내 입법이 ‘관세 폭탄’의 명분이 될 수 있는 예상 밖 상황 전개가 당혹스럽다.
미국상의는 “주한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세관 신고 오류, 근로기준법 위반, 규제 위반 등 사유로 종종 형사 기소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출국금지나 징역형 또는 추방 등을 당해 왔다”는 점도 명시했다. “다른 선진국에서 오직 민사의 문제이고, 개인보다 법인을 겨냥하지만 한국에선 정치적 동기에 의해 법적 조치가 자주 추진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상의 불만처럼 외국 기업 CEO들은 자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형사처벌 위험에 노출돼 있다.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는 한국법상의 CEO 리스크를 외국인이라고 피해 갈 방법이 없어서다. 국내 경제 법령과 조항이 많아 집계조차 쉽지 않지만 경제 법령 가운데 기업과 기업인 형사처벌 항목이 3000개를 오르내린다. 이 중 80% 가량의 항목이 법인 또는 사용주에 대한 양벌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불법 파견 혐의로 2019년 11월 이후 세 차례 출국금지를 당하며 검찰 수사를 받았다. 결국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이러니 주한 외국기업 설문조사마다 CEO 리스크가 추가 투자를 막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될 수밖에 없다. 특히 세계 최강 기업인 형사처벌 조항을 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불만은 하늘을 찌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또 다른 기업인 처벌법인 상법 개정안을 얼마 전 강행 처리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뜩이나 배임죄 처벌 강도가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기업가는 극한직업이 될 수밖에 없다. ‘충실의무 불이행’이라며 기업인을 고발하고 줄줄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태가 불가피해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할 이유가 더 분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