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하이닉스의 첫 D램 1위…끊임없이 도전하고 혁신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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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4.10 17:39 수정2025.04.10 17:39 지면A35

‘만년 2위’ SK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에서 처음으로 1위에 올라섰다. SK하이닉스 점유율(매출기준)은 36%로 나타났고 삼성전자 34%, 미국 마이크론은 25%였다. SK하이닉스가 ‘넘사벽’이던 삼성전자를 198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앞지른 데는 알려진 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장악한 덕분이다.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은 높은 단가에도 인공지능(AI) 투자 붐에 힘입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0년 전부터 HBM에 올인했고 이 시장이 열리자 가장 큰 수혜 기업이 됐다. 최대 수요처인 미국 엔비디아에 최신 HBM(HBM3E 12단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 1분기 HBM 시장 점유율이 무려 70%에 달했다. 이 덕분에 HBM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가 당분간 D램 시장을 이끌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의 성과는 숱한 위기를 이겨내고 일궈낸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영난 탓에 2001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하이닉스는 2011년 SK그룹에 인수되기 전까지 10여 년간 극심한 투자 재원 부족에 시달렸다. 반도체는 특성상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정설이다. 하지만 임직원이 똘똘 뭉쳐 같은 장비로 경쟁사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놀라운 생산성 혁신과 비용 절감을 이뤄내 위기를 극복했다.

안팎의 심각한 우려에도 하이닉스를 인수한 최태원 SK 회장의 결단도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 시장 성장에 불확실성이 있었지만 중장기 투자를 통해 HBM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SK그룹은 2011년 3조5000억원이던 시설투자를 2024년 17조9650억원으로 늘리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K의 1위 등극은 삼성전자에 뼈아픈 일격일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 전체로는 첨단 반도체 시장을 계속 장악해나간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HBM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우리 기업 간 선의의 경쟁이 가속화할수록 그 혜택은 국민경제 전체에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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