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자 재산 공개는 공적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추구하는 걸 막는 장치다. 그런데 주식과 가상자산은 수시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연 1회 공시는 사실상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한다. 예를 들어 정책 발표 직전인 2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샀다가 7월에 팔아 이익을 남겼더라도 현 시스템에선 정부 내 몇몇 담당자 외에는 알기 어렵다.
입법·행정·사법부에서 2300명 이상의 재산 공개가 한날한시에 이뤄지다 보니 문제가 있는 공직자를 가려내기도 힘들다. 하루만 잘 넘기면 1년 동안 마음 놓고 지낼 수 있으니 김남국 전 대통령디지털소통비서관처럼 국회 상임위원회나 소위원회 시간에 200번 이상 가상자산 거래에 몰두하는 의원도 생긴다.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오래전부터 상시 감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해 온 이유다.
미국에선 2012년 제정된 ‘주식 법(Stock Act)’에 따라 의원이나 배우자가 1000달러(약 150만 원) 이상의 주식 또는 가상자산을 사거나 판 경우 45일 안에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거의 실시간으로 거래 내역을 추적 감시할 수 있는 것이다. 미 공화당 상원 정보위원장인 리처드 버 의원이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정부의 비공개 브리핑을 듣고 170만 달러어치 주식을 처분한 사실이 한 달 만에 드러나 정보위원장직에서 물러난 것도 수시 공시라 가능했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정기 공시와 함께 재산에 ‘상당한 변동’이 있을 때 수시 공시를 하라고 권한다. 미국 외에도 유럽연합(EU) 회원국 상당수 역시 정기·수시 공시를 병행한다. 고위공직자의 사익 추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내 상황에서 연 1회 공시를 납득할 국민은 많지 않다. 이제라도 재산 공개를 ‘연례행사’가 아닌 ‘실시간 감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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