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박해수 주연 넷플릭스 ‘악연’
‘악의 정당화 과정’ 냉정하게 그려
빚에 허덕이던 ‘사채남’(이희준)은 노숙자 ‘길룡’(김성균)에게 충격적인 제안을 건넨다. 아버지를 죽여달라는 청부. 패륜임에도 사채남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다. 사망보험금 5억 원이면 아버지 생명쯤은 맞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계획은 뒤틀린다. 며칠 뒤 아버지의 시신이 깊은 산속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된다. 경찰은 아들을 용의자로 주목한다. 길룡은 약속한 돈을 달라며 협박에 나선다. 손을 더럽히지 않고 끝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악행은 되레 사채남의 숨통을 죄기 시작한다.
4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악연’은 벗어나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인연, 그 끝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파국을 그린 6부작 범죄 스릴러다. 주인공들이 서로를 파괴하며 파멸로 향하는 과정을 그린다.한의사 ‘안경남’(이광수)은 연인과 밀회를 즐기다 교통사고를 낸다. 사망자를 몰래 처리하려던 순간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는 ‘목격남’(박해수)이 나타나 말을 건넨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해. 3000만 원만 더 줘.” 처음엔 단순한 협박처럼 보이던 말은 점점 안경남을 옥죈다.
가장 인상적인 서사는 외과의사 ‘주연’(신민아)의 이야기다. 주연은 중학생 시절 끔찍한 사건을 당했다. 그날 이후로 잠을 편히 자본 적이 없다. 그런 주연 앞에 어느 날 가해자 중 한 명이 환자로 나타난다. 상대는 주연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주연은 단 하루도 상대를 잊지 못했다. “죽이고 싶을 만큼 누군가를 미워해 본 적 있어?”
‘악연’의 진짜 긴장감은 따로 흐르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엮이기 시작할 때 폭발한다. 개별 서사는 퍼즐처럼 맞물리고 반전은 거듭된다. 영화 ‘검사외전’(2016년)에서 억울한 검사와 사기꾼의 공조를 유쾌하게 풀어냈던 이일형 감독이 이번에는 웃음기를 지운 얼굴로 돌아왔다. 모든 인물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악을 정당화하는 과정을 냉정하게 바라보며 장르물 특유의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다만 살인 청부, 장기 밀매, 성폭력 등의 재현 수위를 이 정도까지 높일 필요가 있었는지 다소 의문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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