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 사진=쇼박스 |
배우 겸 감독 하정우가 연출 스타일에 대해 "나는 서당개"라고 밝혔다.
2일 서울시 강남구 쇼박스 사옥에서 영화 '로비'의 연출이자 배우 하정우와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 분)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 하정우는 연구밖에 모르는 스타트업 대표 창욱 역할을 맡았다.
하정우는 촬영 전 대본 리딩을 여러 차례 가졌던 이유에 대해 "17년 전 홍상수 감독님 영화를 촬영했는데 당일 아침에 시나리오를 주더라. 난 그게 너무 궁금했다. 감독님 안에는 다 계획이 있었겠지만, 촬영 한 시간 전에 주는 이유가 궁금했다. 당시 홍 감독님한테 왜 이렇게 하시는 거냐고 물어봤다. 불만은 아니고 알려달라고 했더니 작품 방향성과 메시지가 올곧게 향하기 위해서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 컨트롤하고 싶은 마음에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하시더라. 배우들이 대사를 숙지하고, 올곧이 표현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그렇게 가혹하게 하진 않았다. 다만, 리딩 때는 애드리브를 하고, 대사를 만들어도 되지만 촬영 전에 모든 게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리딩도 많이 했고, 몇몇 배우들 만나서 신 바이 신도 하면서 하나하나 채워나간 거다. 촬영 때는 오롯이 촬영에 집중해야 했다. 제가 배우도 해야 했기 때문에 디렉션 할 겨를도 없다"면서 "제가 (배우들에게) 리딩 시간을 요청했기 때문에 거마비로 작은 성의를 했다. 주연 배우들에게는 귀여울 수 있지만, 조, 단역분들은 알바하다가 그 시간을 내서 오시는 거라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많은 감독들과 작업해 온 하정우는 장점을 보고, 흡수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암살'의 최동훈 감독님은 배우를 사랑하신다. 본인이 만든 캐릭터를 사랑하시고, 배우가 낸 의견을 다 녹여내려고 애쓰신다.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찍는지 옆에서 봤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사실 '로비'에도 액션이 많은데 편집 과정에서 삭제했다. 그 부분에서는 류승완 감독님이 액션을 찍을 때 날아다니신다. 효율적으로 10회차 찍을 걸 3회차에 찍는다. 그걸 '베를린' 때 경험했고, 나도 저렇게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나홍진 감독님은 프리프로덕션 기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콘티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참고했다. 박찬욱 감독님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2005)부터 '비스티 보이즈'(2008),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2022) 등을 함께한 윤종빈 감독을 언급하며 "시나리오 접근부터 어떻게 프리 작업을 하고, 촬영하고, 후반 작업하는지 여러 작품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에 어쩌면 제가 영화를 찍는 데 가장 비슷한 감독이 아닐까 싶다. 많은 가르침과 디렉션을 줬다. 그 외에도 굉장히 많다"면서 "저는 어떻게 보면 책상에 앉아서 배웠다기 보다는 훌륭한 감독님들 어깨너머로 배운 거다. 서당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