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사회생에 성공한 루이싱커피는 이미 중국 시장에서 스타벅스마저 제쳤고요. 이젠 나스닥 재상장을 추진한다며 블루보틀 인수설까지 나옵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기업엔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돌아온 루이싱커피를 들여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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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절반이 가짜였다
“루이싱커피는 실적을 조작한 사기 기업이다. 매장 주문량은 최소 88% 부풀려졌다.”2020년 1월, 공매도 전문 투자회사 머디워터스 리서치의 89페이지짜리 보고서가 시장을 뒤흔듭니다. 창업 18개월 만인 2019년 5월 나스닥에 상장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었던 루이싱커피. 놀라운 주가 상승률로 전 세계 투자자들을 열광케 했던 기업의 실체가 까발려진 거죠.그해 4월 루이싱커피가 발표한 자체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2019년 2~4분기 조작된 매출이 무려 22억 위안(약 4600억원). 공시한 매출의 절반이 가짜였습니다. 창업자 루정야오 회장 본인과 친척 소유 기업들이 거액의 커피 상품권을 구매한 것처럼 거래를 조작했던 거죠. 주가를 띄우기 위해서요.
-2020년 40억 위안(약 8400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500억 위안(10.5조원) 돌파가 예상됩니다. 전년 대비 약 50% 성장입니다.
-2023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홍콩에도 진출했고요. 올해 6월엔 맨해튼 한복판에도 매장을 내며 뉴욕시장 공략에 나섰습니다.
망하기 일보 직전이던 과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하게 부활했는데요. 신뢰를 잃고 사기 기업으로 손가락질당했던 루이싱커피. 이젠 ‘기사회생의 아이콘’이 됐습니다.
이름만 빼고 다 바꾼 기업
완전히 망가진 기업은 어떻게 재탄생할 수 있을까요. 사기 스캔들 이후 루이싱커피 경영을 이끈 건 창업멤버이자 전 제품 담당 부사장이었던 궈진이(郭謹一) CEO인데요. 그는 “진상 규명과 지배구조 개혁”이 재건의 시작이었다고 설명합니다.우선 스캔들이 터지자마자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특별위원회가 대대적인 진상조사를 벌였고요. 회계 부정을 주도한 창업자 루정야오 전 회장과 첸즈야 전 CEO는 곧바로 이사회에서 축출됐습니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팀 전원도 ‘영구 제명’됐고요. 행여 이들이 다시 돌아올까봐 ‘사기를 저지른 전 경영진은 주식 의결권을 가질 수 없다’라고 정관에 명시하기까지 했죠. 과거와 완전히 선을 그은 겁니다.
‘행운의 순간을 창조하고 더 나은 삶에 대한 열정을 고취한다’라는 기업 사명이 새로 생겨났고요. ‘진실 추구와 실용주의’가 기업 핵심 가치가 됩니다. 예전엔 제품개발, 마케팅, 매장 운영 부서가 각각 따로 일했고, 서로 정보 공유도 되지 않았는데요. 이젠 모든 재무·운영 데이터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유됩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 위해 다른 기업보다 일부러 더 과도할 정도로 투명성을 강조한 거죠.
커피를 판다? 트렌드를 판다!
1999년 중국에 진출해 중국 커피 시장을 개척한 미국 스타벅스. 2020년대 초반까지 여전히 스타벅스의 벽은 높았습니다. 주요 상권의 가장 좋은 입지를 차지한 데다, 브랜드 면에서도 강력했으니까요. 궈진이 CEO는 스타벅스와 경쟁하기 위해선 스타벅스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써야 한다고 봤습니다. 이른바 ‘코카콜라 전략’이죠.“코카콜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부터 청소부까지 모두가 마십니다. 아무도 코카콜라를 저가 브랜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중국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선 수익성이 높으면 반드시 도전받게 됩니다. 만약 루이싱이 컵당 5위안을 벌면, 3위안만 버는 경쟁사가 진입하겠죠. 하지만 우리가 컵당 3위안만 남긴다면 신규 진입자가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그게 바로 코카콜라 전략입니다. 코카콜라는 병당 3위안에 판매하는데, 신규 브랜드는 이 가격을 따라갈 수 없죠.”
여기엔 중국 커피 시장이 지금보다 열배, 스무배로 커질 거란 믿음도 깔려있습니다. “중국 소비자의 연간 커피 소비량은 평균 10잔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2023년 기준 16.7잔). 선진국은 100~200잔 수준이죠(한국은 2023년 기준 405잔). 중국 커피 산업은 고속 성장 궤도에 올라왔고, 앞으로 최소 10년은 성장 기회가 존재합니다.”
루이싱커피는 커피 맛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는 아닙니다. 그리고 중국 소비자는 아직 커피 맛을 잘 모르거나 커피에 익숙지 않은 이들이 많죠. 루이싱커피는 이들을 겨냥해 물량공세로 승부합니다. 매년 100개 넘는 신메뉴를 쏟아내고 있죠(2021년 113, 2022년 140, 2023년 102, 2024년 119개 메뉴 출시).
마오타이주를 넣은 ‘마오타이 라떼’ 같은 콜라보(협업) 제품이 큰 화제가 됐고요. 벨벳라떼, 오렌지C아메리카노, 애플 피지 아메리카노 등 창의적인 베스트셀러 음료가 탄생했죠. 중국 소비자가 카페에 가는 건 커피 맛보다는 트렌디함 때문이란 걸 간파한 결과입니다. 사실상 커피시장이 아니라 전에 없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스스로 만들어낸 셈이죠.
가격전쟁과 뉴욕 상륙
2023년 중국 내 매장 수와 매출에서 모두 스타벅스를 추월하며 선두로 올라선 루이싱커피. 하지만 신경 쓰이는 경쟁자가 등장합니다. 2022년 10월 설립된 쿠디(庫迪·Cotti) 커피. 매장의 3분의 2가 직영점인 루이싱커피와 달리 100%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한 커피체인이었는데요.그 창업자는 루정야오와 첸즈야. 바로 2020년 회계부정으로 루이싱에서 쫓겨난 전 경영진들이었습니다. 이들이 일종의 ‘복수전’에 나선 셈이었죠.
루이싱커피도 가만히 있진 않았죠. 2023년 ‘만개 매장 동시 축하’ 행사를 열고 모든 매장에 9.9위안짜리 할인 쿠폰을 뿌리며 반격했는데요. 이를 기점으로 중국 커피 업계 전체가 치열한 가격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됩니다. 특히 쿠디커피는 주요 제품 가격을 8.8 위안, 4.8위안, 때론 1위안대까지 낮추는 프로모션까지 잇달아 선보이며 총공세에 나섰죠.
6월 말 현재 쿠디커피 매장 수는 약 1만5000개. 중국 커피 브랜드 중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루이싱커피는 자기와 너무나 비슷한 경쟁상대와 맞붙게 된 거죠.
2년 넘게 이어진 이 치열한 가격 경쟁은 루이싱커피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3분기 실적을 보면 회사 전체 영업이익률(15.5→11.6%), 직영점 1곳당 마진율(23.5→17.5%) 모두 하락세입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가까워지고 매장이 너무 빽빽하게 들어서면서 전환점이 찾아오고 있는 거죠.
루이싱커피 궈진이 CEO는 지난달 눈길을 끄는 발표도 내놨습니다. “미국 나스닥 메인보드 재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건데요. 금융사기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루이싱이 다시 나스닥에? 결코 쉽지 않을 텐데요. 3만개에 육박하는 매장 수와 10조원 넘는 연 매출을 보면 불가능하진 않을지 모르죠. 최근엔 루이싱커피가 네슬레 소유의 고급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인수를 검토 중이란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 역시 나스닥 재상장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죠.
미국 스타벅스조차 두 손 들고 경영권을 매각하게 만든 치열한 중국 커피시장. 루이싱커피는 지금의 선두 지위를 지키고, 쿠디커피의 맹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까요. 알 순 없지만 일단은 무조건 전진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 보입니다. By.딥다이브
한국 커피시장에서도 요즘 저가커피 브랜드가 판을 뒤흔들고 있죠. 결국 가성비를 이길 전략이란 없는 걸까요. 모두가 ‘코카콜라 전략’을 쓴다면 과연 누가 승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2020년 나스닥을 뒤흔든 회계부정 사기 스캔들의 주인공이었던 루이싱커피. 모두가 망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죽지 않고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어느덧 매장 수가 3만개에 육박하죠.
-스캔들 직후 부정행위 가담자와 연을 끊고 지배구조를 바꿔 기업을 재탄생시켰습니다. 기업의 핵심가치는 ‘진실 추구’가 됐죠.
-가성비가 중심이 되는 ‘코카콜라 전략’은 루이싱커피의 가장 큰 무기이죠. 매년 100개 넘는 신메뉴를 쏟아내는 물량공세를 펼치며 스스로 소비트렌드를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루이싱커피 전 경영진이 만든 쿠디커피의 등장으로 중국 커피 시장은 치열한 가격전쟁 소용돌이에 빠졌는데요. 나스닥 재상장으로 이를 뚫고 나가려 하는 루이싱커피. 한번 신뢰를 잃은 기업을 시장이 다시 받아줄 수 있을까요.
*이 기사는 12월 1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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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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