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머문 밤, 골목으로 번지는 도시의 활력[기고/김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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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연 서울시 총괄공공디자이너·홍익대 교수 도시의 밤은 낮이 끝난 뒤 남는 공백이 아니다. 문화를 경험하고 새로운 장소를 발견하며, 사람과 공간이 관계를 맺는 또 하나의 일상이다. 도시디자인에서 밤은 어둠을 밝히는 조명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조도의 완급과 배치, 빛의 색은 보행자의 발걸음을 이끌고, 끊어진 공간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밤의 디자인은 개인의 경험이 지역의 활력으로 번지도록 하는 공간 전략이다. 10월 11일 막을 내린 ‘2026 서울라이트 한강 빛섬축제’는 서울의 밤이 지닌 잠재력을 확인한 자리였다. 열흘간 72만 명이 노들섬을 찾았다. 미디어아트와 시민 참여 프로그램은 한강을 밤의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읽게 했고, 문턱 없는 전시와 공연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공공공간이 그 자체로 경험과 만남의 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 셈이다. 주목할 대목은 축제의 경험이 행사장 안에 갇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량진에서 회를 포장해 축제를 즐기는 ‘회크닉’은 새로운 도시 풍경이 됐다. 서울시는 신용산과 노량진 ‘만나로’ 골목상권과 연계한 할인 행사를 열고, 인근 지하철역과 상권을 잇는 셔틀버스도 운영했다. 그 결과 개막 초기 나흘간 노들역과 버스정류장의 승하차 인원이 평상시 대비 약 2.7배 늘었다. 축제의 즐거움이 사람의 이동으로, 그 이동이 다시 상권의 기회로 이어진 것이다. 도시디자인은 개별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공간과 공간이 어떻게 이어지고, 보행자의 움직임이 어떤 경험을 만드는지 함께 읽어야 한다. 축제 무대와 주변 가로, 대중교통과 보행 동선, 문화 인프라와 골목상권을 하나의 풍경으로 바라볼 때 축제의 힘은 행사장 밖으로 퍼져 나간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혼잡과 소음, 수변 안전은 사후 대응이 아니라 설계 단계부터 관리해야 한다. 축제가 주민의 일상을 흔들어서도 안 된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24시간 활력경제도시’는 방문객의 즐거움과 주민의 삶이 균형을 이룰 때에야 지속될 수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축제가 만든 관심을 오래가는 관계로 키우는 것이다. 축제 뒤에도 시민이 골목을 걷고, 새로운 가게를 발견하고, 다시 찾을 이유가 있어야 한다. 걷기 좋은 길과 알기 쉬운 안내, 지역의 이야기가 한 줄기로 엮여야 하는 이유다. 24시간 활력경제도시를 만드는 일은 영업시간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강과 섬, 거리와 골목, 예술과 미식을 엮어 시민이 도시를 누리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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