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깨어나는 시드니의 '겨울'…도시 전체가 거대한 캔버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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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열리는 비비드 시드니 기간에는 세계적 예술가들이 오페라하우스 외벽을 빛으로 꾸민다.   비비드 시드니 홈페이지

호주에서 열리는 비비드 시드니 기간에는 세계적 예술가들이 오페라하우스 외벽을 빛으로 꾸민다. 비비드 시드니 홈페이지

남반구의 계절은 늘 우리 감각을 흔든다. 한국이 초여름 문턱에 들어설 즈음 호주는 가을에서 겨울로 향한다. 선선한 공기와 맑은 하늘 그리고 일찍 찾아오는 밤.

누군가는 여행하기에 덜 매력적인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시드니는 그 편견을 깨뜨린다. 매년 5~6월 열리는 세계적인 빛 축제 ‘비비드 시드니’ 기간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예술 무대가 된다.

오페라하우스 같은 상징적 건축물을 물들이는 형형색색 조명, 항구를 따라 펼쳐지는 빛의 설치 작품 그리고 거리 곳곳의 미식·음악, 창의적인 아이디어까지.

이 기간 시드니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 할 이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 화려한 축제가 올해 또다시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빛 축제

비비드 시드니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빛으로 물들고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비비드 시드니 홈페이지

비비드 시드니 기간에는 도시 전체가 빛으로 물들고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비비드 시드니 홈페이지

2009년 시작된 비비드 시드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빛 축제 중 하나다. 이 축제의 매력은 단지 화려한 조명에만 있지 않다. 빛, 음악, 아이디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도시의 문화적 창의성을 보여준다. 아름답고 청명한 도시는 해가 지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오페라하우스 외벽은 거대한 캔버스가 되고 거리 곳곳은 예술 작품으로 채워진다.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 누구나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이 축제는 도시 전체를 걷게 한다. 서큘러퀘이에서 시작해 더록스, 달링하버, 바랑가루까지 이어지는 빛의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익숙한 도시 풍경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지난 22일 시작된 올해 축제는 6월 13일까지 이어진다.

지난해 이 특별한 축제의 시작을 가장 완벽한 자리에서 오프닝 불꽃놀이와 함께 맞이했다. 하늘이 어둑해질 즈음 호텔 객실 커튼을 열자 창 너머로 시드니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오른쪽으로는 웅장한 하버브리지, 왼쪽으로는 하얀 돛을 펼친 듯한 오페라하우스, 그 사이로 반짝이는 항구의 불빛들. 시간이 흐를수록 하늘은 짙은 남색으로 물들고 도시 전체는 숨을 고르는 듯 고요해졌다. 정각이 되자 하버브리지 위로 첫 번째 불꽃이 터졌다. 객실에서 바라보는 불꽃놀이는 특별했다. 인파 속에 섞이지 않고도 가장 완벽한 프레임으로 축제를 감상할 수 있었고, 샴페인 한 잔을 곁들이자 더없이 우아한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했다.

포시즌스호텔시드니에서 바라본 불꽃놀이.  서숨 작가

포시즌스호텔시드니에서 바라본 불꽃놀이. 서숨 작가

특히 포시즌스호텔시드니는 비비드 시드니를 즐기기에 최고의 위치를 자랑한다. 서큘러퀘이와 도보로 연결되고, 객실에 따라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다. 축제가 열리는 밤, 객실에서 펼쳐지는 파노라마 뷰는 그 자체로 하나의 공연이다.

가장 상징적인 빛의 무대

비비드 시드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다. 세계적 예술가들이 돛 모양의 외벽에 투사하는 프로젝션은 매년 새로운 이야기를 담아낸다. 멀리서 바라봐도 아름답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디테일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진다. 색채와 패턴이 음악처럼 흐르고 건축물 전체가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동안 그 이미지가 눈에 남는다. 많은 여행자가 오페라하우스를 낮에만 감상하는데, 비비드 시드니 기간 야경은 완전히 다른 감동을 준다. 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빛으로 깨어나는 시드니의 '겨울'…도시 전체가 거대한 캔버스로

특히 서큘러퀘이는 시드니 여행의 중심지이자 비비드 시드니의 출발점이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마주 보는 최고의 위치에 자리한 이곳은 페리와 기차, 버스가 모두 연결돼 접근성도 좋다. 밤이 되면 항구 주변으로 수많은 사람이 모여든다. 거리 공연이 이어지고 물 위로 유람선 조명이 흐른다. 하버브리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누구라도 시드니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조금 더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면 축제 기간 진행되는 하버크루즈를 타 보길 추천한다. 바다 위에서 시드니 야경을 보는 것은 도시를 가장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골목

골목 곳곳을 둘러보는 재미도 빠질 수 없다. 서큘러퀘이 바로 옆에 있는 더록스는 시드니에서 가장 오래된 지역이다. 19세기 건물과 자갈길이 남아 있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낮에는 아기자기한 상점과 갤러리를 둘러보고, 주말에는 마켓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밤에는 펍과 레스토랑에 불이 켜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축제 기간에는 역사적인 건물들까지 조명으로 물들어 영화 세트장 같은 풍경이 완성된다.

조금 더 ‘힙한’ 곳을 찾는다면 바랑가루를 찾아가 보자.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한 지역 중 하나다. 현대적인 건축물과 수변 산책로, 감각적인 레스토랑이 어우러져 현지인도 즐겨 찾는다. 가족 여행객이라면 달링하버가 제격이다. 야경이 아름답고 레스토랑 선택지도 다양하다. 축제 기간에는 이곳에도 조명 작품이 설치되고 다양한 공연이 열린다.

비비드 시드니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다. 익숙한 도시가 예술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이며, 여행자가 도시를 새롭게 사랑하게 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시드니를 언제 가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주저 없이 이 기간을 추천한다. 낮에는 눈부시게 아름답고 밤에는 믿기 어려울 만큼 찬란한 도시. 그 빛의 한가운데서 당신 역시 잊지 못할 여행의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서숨 여행 크리에이터 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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