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항공교통(UAM)보다 전기비행기가 먼저 하늘길을 열고 있다. 배터리 기술과 인증, 이착륙 인프라 구축 등 과제가 남은 UAM과 달리 전기비행기는 기존 공항과 관제 체계를 활용할 수 있어 단거리 항공 모빌리티의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래항공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토프모빌리티는 지난 2일 전기비행기 ‘벨리스 일렉트로(Velis Electro)’의 100회 무사고 비행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아시아 민간 전기비행기 운항 사례 가운데 처음으로 100회 무사고 비행 기록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이번 기록은 전기비행기의 안전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실제 운항 데이터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토프모빌리티는 비행 과정에서 배터리 성능, 충전 효율, 기온·풍향에 따른 전력 소모량, 운항비용, 유지관리 데이터 등을 축적했다. 회사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광비행과 조종사 훈련, 향후 지역 간 단거리 항공 서비스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벨리스 일렉트로는 슬로베니아 항공기 제조사 피피스트렐이 만든 2인승 전기비행기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쓰며, 운항 중 직접적인 탄소 배출이 사실상 없다. 소음도 기존 내연기관 경비행기보다 낮아 지역 소형공항을 활용한 단거리 노선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성도 전기비행기의 핵심 경쟁력이다. 토프모빌리티에 따르면 전기비행기는 기존 내연기관 항공기보다 연료비와 유지보수 비용을 40% 이상 줄일 수 있다. 엔진 구조가 단순하고 부품 수가 적어 정비 부담이 작기 때문이다. 고유가와 항공업계의 탄소 감축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기비행기가 지역항공(RAM) 시장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토프모빌리티는 전기비행기를 단순한 기체 사업이 아니라 운항 데이터 기반의 항공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기상 조건별 배터리 소모량, 충전 효율, 정비 주기, 부품 교체 시점 등을 데이터화하면 향후 전기비행기를 운영하는 항공사나 비행학교에 운항·정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전기비행기는 정부가 추진 중인 K-UAM 정책의 보완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eVTOL 기반 UAM은 도심 내 이착륙장, 새로운 항로, 소음 기준, 시민 수용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반면 전기비행기는 기존 지방공항과 관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관광비행, 조종사 교육, 지역 간 단거리 이동 시장에서 먼저 상용화가 가능하다.
다만 국내 전기비행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위해서는 충전 인프라와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국내 공항에는 전기비행기 전용 고정식 충전기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아 이동식 충전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겨울철 배터리 효율 저하와 강풍·안개 등 지역공항의 기상 변수도 운항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다.
정찬영 토프모빌리티 대표는 “100회 무사고 비행은 전기비행기의 안전성뿐 아니라 경제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입증한 결과”라며 “축적된 운항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광과 조종사 훈련 서비스를 시작하고, 향후 지역 간 친환경 항공교통 서비스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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