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법률 검토 안한 듯”
내란죄 국헌문란의도 입증해야
헌재 재판관 3명 공석도 변수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위반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까지는 해당 행위에 대한 위헌 소지가 충분해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내란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4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해서 헌정질서를 교란한 것은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라며 “헌법을 준수하고 헌정질서를 유지해야 할 제1의 책무를 가진 대통령이 오히려 자신에게 부여된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고 헌법을 침해했다는 점에서 법을 위반한 중대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헌법 제77조 제1항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로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국가비상사태가 아닌 상황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충분히 위헌이고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취지다.
노 변호사는 특히 계엄사령부가 포고령에서 ‘국회와 지방회의,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정치활동 일체를 금한다’고 밝힌 부분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계엄으로 일반 국민의 정치활동을 중지할 수는 있지만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권능을 제한하는 헌법이나 법률은 없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통령의 계엄 해제 요구를 국회가 할 수 있도록 헌법이 규정하는데, 국회가 의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말도 안되는 모순”이라며 “대통령실이 이에 대한 기본적인 법률 검토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이 많았다. 군사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업무를 마비시키려고 한 행위가 내란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국가질서를 뒤흔들고자 하는 국헌 문란 등 의도가 있었음이 인정돼야 하는데 이를 입증하기는 사실상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민만기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는 “내란·외환죄는 중대 범죄로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불소추 특권이 없다”며 “만약 해당 죄가 적용된다면 윤 대통령은 임기 중이라도 기소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거쳤는지 등도 위헌 여부를 가릴 주요 사안으로 지목된다. 비상계엄 선포는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만약 이 같은 과정이 생략됐다면 헌법과 계엄법 위반 등에 해당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직전 속전속결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본격적인 탄핵 절차에 돌입하면서 탄핵 사건을 심리할 헌재의 결정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헌재는 재판관 3인이 공석인 상태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지난 10월 17일 퇴임했지만 국회의 후임 추천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4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져 ‘재판관 7인 이상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는 헌재법의 효력은 우선 정지됐다. 다만 대통령 탄핵과 같이 국가적으로 파급력이 매우 큰 사건에 대해 6인 체제로 결정을 내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헌재 공석을 채우기 위해 여야가 후보 추천 등 합의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