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하우스 아침부터 36도… “피할 곳 없어”, 80세 이상 온열질환자 26% 논밭에서 발생

1 week ago 30

[119년만에 최악 ‘입추 폭염’] 작업중단 권고 온열질환 예방요원 “어르신, ‘나 대신 돈벌어 줄거냐’며 땀범벅에도 일손 멈추지를 못해” 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선산읍의 한 80대 농부가 논에서 잡초를 뽑고 있다. 이날 간이 디지털 온도계에는 40.1도가 측정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농촌에 ‘온열질환 예방요원’을 보내 폭염예방 수칙을 안내하고 있지만 농민들이 소득 감소 등 현실적인 이유로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구미=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하루만 일 안 해도 줄기가 자라서 엉키는데 어떻게 쉬어요.” 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선산읍에서 만난 멜론 농부 성태연 씨(65)는 연신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같이 말했다. 성 씨가 일하는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오전 9시에 벌써 36도를 가리켰다. 쭈그려 앉아 가지를 쳐내던 성 씨는 “폭염에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하다 보면 숨이 턱턱 막힌다”며 “구토가 나올 것 같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농촌 고령층의 온열질환 위험도 커지고 있다. 농작물은 제때 관리하지 않으면 상품성이 떨어지거나 수확에 차질이 생겨 하루라도 작업을 거르기 어려울 때가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올해부터 ‘온열질환 예방요원’을 투입해 농촌마을을 순회하며 농민들의 폭염 노출 위험을 점검하고 맞춤형 예방 수칙을 안내하고 있다. 일을 잠시 멈추더라도 가까운 곳에서 더위를 식힐 공간이 마땅치 않을 때도 있다. 비닐하우스 철거 작업을 하던 권호상 씨(61)는 땀에 바지가 흠뻑 젖은 상태에서도 물 한 통을 마시며 더위를 식혔다. 권 씨는 “마을이 농촌과 떨어져 있어 들어가 쉴 곳도 딱히 없다”며 “송풍조끼도 갖고 있지만 모래밭에서 일할 때는 흙먼지가 날려 입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날 동행한 온열질환 예방요원 양순덕 씨는 어르신들이 모인 마을회관과 논밭을 다니며 기온이 오르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작업을 멈추고 쉴 것을 거듭 권고했다. 물과 이온음료를 건네고 건강 상태를 살피기도 했다. 양 씨는 “폭염 안전수칙을 안내하고 어르신들의 상태를 살피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안 될 때가 많아 작업을 멈추도록 설득하는 일이 쉽진 않다”고 말했다. 실제 80대 농부에게 ‘더운데 쉬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자 “나 대신 돈 벌어줄 거냐”며 퉁명스럽게 대답한 뒤 작업을 이어갔다. 일을 멈추면 소득이 줄어 안전수칙 준수에 소홀한 사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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