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 미래 대비’ K배터리 3사 차입금 급증… 가동률은 최저

4 weeks ago 6

1분기 차입금 7조원 넘게 증가
전기차 캐즘속 공격적 투자 이어가
美보조금 폐지법안 발의에 긴장감
“하반기 바닥 찍고 반등 기대” 전망도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차입금이 올해 1분기(1∼3월)에만 7조 원 넘게 늘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이어간 탓이다. 그럼에도 1분기 설비 가동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며 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18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차입금 합계는 49조6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42조5000억 원)보다 7조1000억 원(16.7%) 늘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차입금은 17조6126억 원, 삼성SDI는 11조6155억 원, SK온은 20조3907억 원이다.

SK온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1분기 차입금이 4조7910억 원 증가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가장 많이 늘었다. 미국 에너지부의 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인 ‘첨단기술차량제조’ 프로그램을 통한 대여금이 6조3304억 원 증가한 탓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에 1조60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차입금이 2조2220억 원 늘었다. 삼성SDI의 경우 차입금 증가 폭이 377억 원으로 가장 작았다. 차입금에는 포함되지 않는 유상증자를 통해 2조 원 규모 조달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렇듯 배터리 업계가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는 건 캐즘 이후 전기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는 ‘슈퍼 사이클’ 국면에서 경쟁사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배터리 3사가 빚을 내가며 버티고 있지만 설비 가동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1분기 설비 가동률은 51%로 지난해 대비 7%포인트 떨어졌다. 삼성SDI도 지난해 58%에서 올해 1분기에는 32%로 급락했다. SK온은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모두 가동률이 44%를 유지했다. 이런 와중에 최근 미국 하원 세입위원장인 제이슨 스미스 의원(공화당)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보조금 폐지법 법안을 발의하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를 공제해 주던 세제 혜택이 내년에 끝난다. 이로 인해 캐즘이 장기화할 경우 차입금을 늘려온 배터리 업계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럼에도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7∼12월)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3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준공한 현대자동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본격적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일각에선 전기차 캐즘이 내년부터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흑자 전환을 하고 내년에는 영업이익이 117% 늘어나고 삼성SDI는 올해는 적자지만 내년에는 흑자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기지만 호재도 있기 때문에 올해 배터리 업계는 상저하고 형태를 보이며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