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등으로 신차를 사려던 소비자가 취득세·보험료 등이 없는 렌터카로 눈을 돌린 영향이 가장 크다. 호황으로 이익을 늘린 렌터카 회사들은 렌터카를 중고차로 되파는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새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2년 전 8조5000억원이던 국내 렌터카 시장은 내년 10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렌터카 110만 대 돌파
25일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에 등록된 렌터카는 1년 전보다 4만 대 이상 늘어난 110만7070대로, 사상 처음 110만 대를 넘어섰다. 국내 렌터카는 2022년 101만 대로 100만 대를 돌파한 후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계약 건수도 늘고 있다. 국내 1위 렌터카 회사인 롯데렌탈의 지난 1분기 계약 건수는 1만8852건으로 분기 기준 창사 후 가장 많았다. 2년 전(8562건)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실적이 안 좋을 리 없다. 롯데렌탈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6856억원, 670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4.4%, 17.8% 증가했다. 2위인 SK렌터카는 매출 3572억원에 영업이익 402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11.3%에 달했다.
특히 계약기간이 3~5년 단위인 장기렌터카 시장이 급성장했다. 롯데렌탈은 2023년 25.7%에 그쳤던 개인 장기렌터카의 매출 비중이 올 1분기 5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렌터카는 취득세와 자동차세, 보험료 등을 따로 내지 않아도 되고, 리스와 달리 보험이 렌터카업체로 가입돼 있어 사고 시 보험료 할증도 없다. 법인차량 상당수가 구매 차량이 아니라 렌터카로 운용되는 이유다.
렌터카업체 관계자는 “차량 소유 개념이 옅어져 렌터카를 운전하다가 3~4년마다 새 차로 교체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렌터카 회사 입장에서도 장기렌트는 차량 운행 관리가 안정적이고, 노는 차가 적어져 수익성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중고차 사업도 자리 잡아
렌터카 회사들은 호실적을 기반으로 신사업에도 진출해 자리를 잡고 있다. 렌터카로 쓰던 차량을 적극적으로 재판매하는 사업이 대표적이다. 롯데렌탈의 지난 1분기 중고차 매각 분야 매출은 1749억원으로 전년(1629억원)보다 7.4% 증가했다. SK렌터카도 전체 매출(3572억원) 중 28%(987억원)가 중고차 판매에서 나왔다.
롯데렌탈은 지난 9일 렌터카로 쓰던 차량을 중고차로 파는 사업을 아예 브랜드(T car)로 출범시켰다. 출고한 지 3~4년 된 렌터카 가운데 주로 기업 임원이 타던 차량을 특화한 사업이다. 이정환 SK렌터카 대표는 신차뿐만 아니라 중고차 렌트 서비스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렌터카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렌터카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는데, 이 부분도 업계에 상당한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렌터카 사용 가능 연한을 5년에서 7년으로 늘리고 등록 요건도 출고 2년 미만 차량으로 완화해주는 정책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 렌터카 회사들이 중고차를 더 저렴하게 사 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