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며 부동산 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계속된 건설경기 침체와 분양 시장 악화에도 정치적 갈등 때문에 멈췄던 대책 논의가 다시 활성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관망세를 유지했던 시장도 온기를 되찾을 전망이다. 다만, 정부가 추진해온 재개발·재건축 지원과 공급 대책 등은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면서 수정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시장 ‘관망’ 심리 완화
5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계속된 정치적 불안이 어느정도 해소되며 매매 시장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그긴 시장에 드리웠던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되며 시장 참여자들의 관망 심리가 완화될 것”이라며 “시장 추세 방향에 대한 선택이 이뤄질 시점이 됐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그간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민간이 사업 계획을 보류하거나 분양 시기를 늦추는 등 관망세가 강했다. 수요자 역시 대출 규제 등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매수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정책 변화가 예상되면서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설 수 있단 분석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도 “다주택자들은 가장 가치가 높은 한 채를 남겨놓고 처분하려고 하면서 급매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간 내집 마련을 미뤄왔던 수요자들도 움직이며 저가 매물 중심으로 거래량이 다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분양시장 역시 올 상반기까진 공급이 계속 줄겠지만, 하반기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그간 정치적 불안정을 이유로 분양을 미뤘던 물량이 하반기에 몰리면서 분양 시장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다만,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에 따른 풍선효과와 오는 7월 예정된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적용 등 대출 규제에 따라 부동산 시장 변동이 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탄핵 이후에도 예정된 대출 규제는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커 집값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출 규제 영향으로 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활성화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강남 인근 지역은 풍선효과에 따라 추가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어 매수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라며 “대출 규제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재건축 특례법 등 위기
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도 수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국회에 계류 중인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재건축 특례법) 등이 거론된다. 정부의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의 일환으로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 3년까지 단축할 수 있는 법안이지만, 강남 재건축 단지에 특혜가 될 수 있단 이유로 야권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많다. 오히려 정부의 재건축, 재개발 지원 법안이 대선 결과에 따라 폐기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이 밖에도 공공분양 주택을 확대하는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개정안과 민간임대아파트의 분양 전환을 골자로 하는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 등도 논의가 멈춘 상태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 경색을 해결할 수 있는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지원하는 ‘부동산투자회사법’ 개정안과 ‘부동산개발사업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역시 후속 논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에선 탄핵 이후 진행될 조기대선 등의 영향으로 하반기에나 입법 관련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올해 주택 공급 관련 법안들의 논의가 모두 멈춘 상태”라며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 이후 부동산 정책 기조에 따라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수도권 3기 신도시 주택 공급과 1기 신도시 재건축 등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장기 사업인만큼, 정부가 달라진다 해서 정책 방향이 크게 수정되긴 어렵단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선 정부들이 모두 주택 공급 확대를 추진했던 만큼 새로운 정부가 갑작스레 전면 재검토나 백지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은 낮다”라며 “다만 공공 기능 강화나 개발이익 환수 등의 세부적인 사업 방향은 달라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