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범죄 4배로 늘었는데 검거율은 뒷걸음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2일 이런 내용의 ‘불법사금융 범죄 척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불법 사채 범죄는 2021년 1362건에서 지난해 5519건으로 약 4.1배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검거율은 74.7%에서 61.0%로 감소했다. 추적이 어려운 보안 메신저와 대포통장, 대포폰을 쓰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범행은 악랄해지는 추세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024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피해자 323명에게 14억 원을 빌려주고 6억7000만 원의 초과 이자를 뜯어낸 조직 37명을 검거하고 이 중 19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일부 피해자에게 요구한 연이율은 법정 최고금리(20%)를 아득히 웃도는 4만9101% 수준이었다.범행 수법도 지능화하고 있다. 과거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뒤 현금을 주는 이른바 ‘내구제 대출’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돈을 빌려준 뒤 상품권으로 되받는 변종 사채까지 등장했다. 경찰은 상품권 예약 판매를 빙자한 불법 사채와 관련해 현재까지 14명을 검거해 7명을 구속했고, 337건에 연루된 338명을 추가 수사하고 있다. 확인된 피해자만 2980명이다. 조직들은 20, 30대 사회 초년생이나 청소년, 외국인으로 타깃을 확대하고 있다.
추심은 연달아 전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수준을 넘어 채무자의 지인을 볼모를 잡는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다. 채무자의 신분증이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이른바 ‘박제 추심’과 나체 사진을 담보로 상환을 요구하는 ‘나체 추심’이 대표적이다. 경찰은 다음 달부터 이런 불법 게시물을 신속하게 삭제·차단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할 방침이다.
● 취약계층 피해 집중… 위장 수사 추진이에 따라 경찰은 신분을 숨기고 불법 사채 조직에 접근하는 방식의 위장 수사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는 위장 수사는 마약 밀매나 성 착취물 제작 등 범죄에만 허용되는데, 이를 불법 사채로 넓히도록 대부업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불법 사채 사건이 연간 20건 이상 발생하는 전국 105개 시도경찰청·경찰서에는 전담 수사관을 지정해 수사뿐 아니라 피해자 상담과 범행 수단 삭제·차단까지 맡기기로 했다.범죄에 이용된 전화번호와 통장을 신속히 막는 방안도 마련한다. 현재 경찰청장에게만 있는 전화번호 이용 중지 요청 권한을 각 경찰서장으로 확대한다. 불법 사채에 쓰인 대포통장의 거래를 정지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 마련도 추진한다. 다음 달부터는 피해자가 경찰 안내를 받아 신용회복위원회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상담을 신청하면 피해자 보호·지원 절차로 곧바로 연결하는 체계도 운영한다.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은 “불법 사채 범죄를 통해서는 누구도 어떠한 이익도 볼 수 없도록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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