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는 왜 베네치아 거리에 신문 가판대를 세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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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 팔라초 피사니 모레타에서 열린 드리스반노튼 재단 전시 전경. /ⓒMatteo de Mayda

베네치아 팔라초 피사니 모레타에서 열린 드리스반노튼 재단 전시 전경. /ⓒMatteo de Mayda

불가리가 길거리에 신문 가판대를 냈다. 프라다와 루이비통, 드리스반노튼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유서 깊은 대저택과 궁전에 브랜드 철학을 입힌 전시를 선보였다. 제61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현장에서 또 하나의 주인공이 된 건 럭셔리 메종이었다.

‘예술 주체’로 떠오른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이번 비엔날레에서 존재감이 가장 부각된 브랜드는 단연 불가리다. 불가리는 2030년까지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독점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제는 행사의 조연이 아니라 주연으로 활동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국가관이 모인 자르디니 공원에 문을 연 불가리 파빌리온은 불가리의 포부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불가리는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공원의 심장부 스파치오 에세드라에 파빌리온을 마련하고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의 대형 신작을 선보였다. 베네치아의 상징적인 공간에서 전시를 열기도 했다. 불가리재단이 주최한 첫 번째 전시를 유럽 최초의 공공도서관인 국립 마르차나 도서관에서 열며 독점 파트너 활동을 전방위적으로 펼쳤다.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발간한 한정판 매거진과 에코백을 배포한 불가리 가판대. /강은영 기자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발간한 한정판 매거진과 에코백을 배포한 불가리 가판대. /강은영 기자

불가리는 그간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장소를 복원하는 데 지속적으로 후원해왔다. 베네치아 두칼레 궁전의 스칼라 도로, 로마 트리니타 데이 몬티 성당의 스페인 계단 보존 복원, 카라칼라 욕장의 다채색 모자이크 바닥 복원 후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협업은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명품 브랜드에 장기적인 독점 파트너십을 부여한 최초의 사례다. 예술 생태계에서 브랜드가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예술 기관과 동등한 ‘주체’로 성장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벨기에 패션하우스 드리스반노튼의 전시도 화제를 모았다. 재단 출범 후 여는 첫 전시이자 드리스반노튼이 직접 큐레이팅에 나서면서다. 4월 25일 팔라초 피사니 모레타에서 개막한 ‘아름다움만이 유일한 진정한 저항이다(THE ONLY TRUE PROTEST IS BEAUTY)’는 패션과 공예, 현대미술, 디자인을 넘나든다. 꼼데가르송의 오트쿠튀르 아카이브, 크리스찬 라크르와의 미공개 드레스부터 베네치아의 전설적인 주얼리 하우스 A. 코도냐토의 주얼리, 세계 각국의 공예 장인과 현대미술가의 작품 200여 점이 20개의 방을 따라 이어진다.

럭셔리의 파워하우스가 된 베네치아

이번 비엔날레에서 브랜드의 존재감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났다. 전시를 주최하지 않더라도 시상식과 상영회, 프라이빗 파티 등을 열며 브랜드의 서사와 철학을 확장해 나갔다. 18세기 대저택에서 열린 프라다의 전시 ‘헬터 스켈터: 아서 자파와 리처드 프린스’는 공식 오픈 전부터 문전성시였다. 프라다재단은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활동한 거물급 큐레이터 낸시 스펙터를 큐레이터로 기용했다. 스펙터는 영화와 만화책 등 미국 대중문화를 활용한 리처드 프린스와 아서 자파의 작품 간 대화를 통해 브랜드의 담론을 형성했다. 이 전시는 키프로스 왕국의 여왕 카테리나 코르나로가 태어난 저택과 묘한 조화를 이루며 프라다의 도전적인 내러티브를 보여줬다.

샤넬은 지난 7일 팔라초 주스티니안 브란돌리니에서 ‘2026 샤넬 넥스트 프라이즈’에 선정된 10명의 아티스트를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막스마라도 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여성 작가의 성장을 돕는 ‘막스마라 아트 프라이즈 포 우먼 2025~2027’ 수상자를 발표했다. 샤넬은 수상자 선정과 발표를 올 1월 마쳤지만, 비엔날레 기간에 맞춰 수상자들과 베네치아에 모였다.

보테가 베네타는 캄포 마닌 광장에서 심야 상영회를 열었고, 푼타 델라 도가나에서 3월 개막한 로나 심슨의 전시 ‘서드 퍼슨(Third Person)’을 단독 후원했다. 심슨이 큐레이션한 작품과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 신발, 의류 등의 제품을 함께 배치한 공간에 VIP를 초청해 전시를 홍보하고 브랜드 소식을 알렸다.

베네치아=강은영 기자 qboom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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