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경제 정책 불 보듯 뻔했던 노란봉투법 혼란…‘카산드라 경고’가 떠오르는 이유 [기자24시] 업데이트 : 2026.09.10 11:41 닫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3.10 <연합뉴스> 천만 관객을 모은 영화 ‘오디세이’는 트로이전쟁이 끝난 뒤 오디세우스가 겪는 험난한 귀향을 그린다. 영화엔 나오지 않지만 또 다른 비극적 인물은 트로이 멸망을 내다본 예언자 카산드라다. 그가 목마를 성안으로 들여서는 안 된다고 절규해도 아무도 믿지 않았다. 예언은 적중했고 트로이는 불탔다.요즘 노란봉투법을 두고 산업 현장에서 “카산드라가 된 기분”이라는 말이 나온다. 법의 부작용을 입법 전부터 거듭 경고했지만 기우로 치부됐고, 우려가 현실이 된 뒤에야 정부가 보완 지침을 내놓았기 때문이다.혼란은 조문 자체에 예고돼 있었다. 개정법은 노동쟁의 범위에 기존 ‘근로조건의 결정’뿐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까지 포함했다. 공장 신설·이전과 신기술 도입치고 근로조건에 영향이 없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성과급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뒤늦게 ‘N% 성과급’은 의무적 교섭이나 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지침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노조가 이미 N% 성과급을 요구하면서 노사갈등을 빚은 뒤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나서야 정부가 법의 경계선을 다시 긋는다는 지적이 나온다.그렇게 다시 그은 경계선마저 허술하다. 정부는 기업이익과 연동하는 방식 대신 ‘기본급의 일정 비율’이나 정액으로 성과급을 요구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N%’를 ‘기본급의 400%’로 포장만 바꾸는 우회로가 그대로 열려 있다. 문구만 다를 뿐 기업이 부담할 비용은 다르지 않다.정부는 법 시행 전부터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시행 후 다시 새로운 지침을 만들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노란봉투법이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방증이다.카산드라는 오늘도 성벽 앞에서 또 다른 예언을 내놓는다. 공장 증설과 신기술 도입이 근로조건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시점을 둘러싼 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번에도 목마를 들이고 나서야 사태를 수습한다면, 불길은 트로이가 아니라 한국의 산업 현장으로 번질 것이다.[...
불 보듯 뻔했던 노란봉투법 혼란…‘카산드라 경고’가 떠오르는 이유 [기자2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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