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찾은 서울 반포 ‘하우스 오브 신세계’의 와인 셀라는 인파로 북적였다. 평소 만나기 힘든 미국 오레건 와인들과 각 산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총출동했기 때문. 이날 열린 '오레건 와인캠프' 행사를 위해 방한한 와이너리의 대표들은 "서늘한 기후적 조건과 양조자들의 노력으로 만든 결과물들이 이미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에서 미국 와인이라고 하면 대부분 나파밸리 등 캘리포니아 와인을 생각하지만, 오레건 와인은 독특한 매력으로 매니아층을 만들어오고 있다. 특히 '미국의 버건디(부르고뉴)'라 불릴 정도로 와인에서는 최고급으로 치는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 와인과 유사한 특징을 보이면서도, 가성비가 우수한 게 장점이다.
이날 열린 1부 테이스팅 행사에서는 아델샤임(Adelsheim), 애봇 클레임(Abbot Claim), 레조낭스(Resonance),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 쉐아 와인 셀라(Shea Wine Cellar), 도멘 드루앵(Domain Drouhin) 등 오레건을 이끌고 있는 핫한 와이너리들이 대거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각 와이너리 운영자들에게 직접 와인의 특징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연겨푸 잔을 비워냈다.
오레건 와인이 부르고뉴와 비슷하며서도 독보적인 풍미를 내는 비결은 천혜의 테루아에 있다는 게 현지 업자들의 얘기다. 오리건 와인의 심장부인 윌라멧 밸리(Willamette Valley)는 포도가 익어가는 결정적 시기인 7~8월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서늘한 기후를 자랑한다. 병충해 걱정 없이 포도가 끝까지 건강하게 영양분을 응축할 수 있는 조건이다.
토양 조건도 특별하다. 이곳은 지대가 해양 퇴적층으로 이루어져 배수가 매우 빠르다. 롭 알스트린 아델샤임 CEO는 "지형적 조건 덕분에 포도나무가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최적의 결과물이 나온다"며 "여기에 전통적인 부르고뉴 방식의 양조 기술이 더해져, 복합미를 갖춘 와인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2부 ‘낫띵 벗 샤도네이(Nothing But Chardonnay)’ 세미나였다. 오레건을 대표하는 와이너리들의 샤도네이를 한잔씩 마셔보며 맛을 비교하는 시간. 아델샤임과 도멘 드루앵의 경영자들이 직접 참석해 오레건 와인의 역사와 자신들의 양조 방식 등을 다채롭게 들려줬다.
참석자들을 가장 놀라게 한 건 블라인드 테스트로 등장한 시크릿 와인, ‘애벗 클레임(Abbott Claim)’의 샤도네이였다. 어떤 와인이 부르고뉴 와인인지 묻는 질문에 대부분 이 와인을 꼽았을 정도로 부르고뉴 와인과 유사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애벗 클레임을 이끌고 있는 알반 드볼리외는 "프랑스 출신이지만 오레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고 미국으로 이주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했다"며 "이제 오레건 와인은 더 이상 부르고뉴의 아류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1970~80년대부터 수 차례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오레건 와인이 부르고뉴를 이기는 등 글로벌 와인씬을 놀라게 한 역사가 쌓여 왔다는 게 양조자들의 설명이다.
김민주 하우스오브신세계 강남점 수석 소믈리에(과장)는 "이날 블라인드 테스트에 올린 와인은 다음날 옥션에 출품될 정도로 의미가 있는 와인들"이라며 "오레건 와인은 부르고뉴와 같은 잠재력이 있으면서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고 소개했다.
오레건 와인 생산자들간의 돈독한 연대도 이 지역 와인에 더욱 기대감을 만들게 하는 요인이다. 도맨 드루앵을 운영하는 데이비드 밀먼은 “1970년대 와인을 만들 때는 변변한 책 한 권도 없었을 정도로 바닥에서 시작했다"면서도 "모두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지역 와인의 퀄리티를 함께 끌어올렸다"고 회상했다. 링구아 프랑카 창립자인 래리 스톤도 "아직은 오레건 와인이 전 세계적으로 더 알려져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해 함께 파이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는 경쟁자가 아니라 함께 오레건 와인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생산자들은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마가렛 베이 오레건와인 키 컨설턴트는 "과거에는 한국에 와인샵조차 드물었지만, 이제는 역동적인 시장이 됐다"며 "맛과 함께 가성비를 고려하는 매니아들에게 오레건 와인은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행사를 기획한 신세계 관계자는 "와인 문화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많은 고객들이 다양한 품종의 와인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심도있는 행사를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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