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은 교회의 품격 … 참전용사 초청, 韓평화 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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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은 교회의 품격 … 참전용사 초청, 韓평화 위한 것

입력 : 2026.05.11 17:49

20년째 보훈사역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韓 지킨 노병들 잊지 않을 것
내달 美 찾아 참전용사 행사
교계 첫 보훈 계승 예배 진행
"교회가 시대정신 이끌어야"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가 다음달 5일 미국에서 열릴 한국전 참전용사 보은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 목사는 20년째 국내외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새에덴교회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가 다음달 5일 미국에서 열릴 한국전 참전용사 보은행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 목사는 20년째 국내외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새에덴교회

폐허의 한국을 기억하는 노병들은 이제 아흔을 훌쩍 넘겼다. 휠체어를 탄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도 자신들이 지켜낸 동두천과 낙동강, 수원의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 20년째 국내외 참전용사 보은행사를 이어오고 있는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참전용사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극진히 모셔야 한다"며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미국 현지에서 존경과 예의를 다해 섬기고 오겠다"고 말했다.

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20년째 국내외 한국전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를 열고 있다. 고령화로 미국의 참전용사들의 한국 방문이 어려워지자 2024년부터는 미국 현지로 직접 찾아가 행사를 개최한다. 소 목사는 다음달 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보은행사를 열고, 이튿날 버지니아주의 장진호 전투 기념비와 워싱턴DC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에 설치된 '추모의 벽'을 방문한다. 같은 달 21일에는 경기 남부권역에 거주하는 국내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음악회와 만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소 목사의 보훈 사역은 우연한 만남에서 시작됐다. 그는 200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퍼레이드 행사에 참석했다가 한 흑인 참전용사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동두천" "수원" "낙동강" 등의 단어들을 떠듬떠듬 늘어놓던 참전용사는 "폐허였던 한국이 발전한 모습을 TV로 봤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그 말을 듣고 바닥에 큰절을 하며 꼭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첫해에 50분 정도를 모셨는데 미국 각 지역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회상했다.

소 목사는 "이제 대부분 휠체어를 타고 오시고 기억도 흐려지고 있다"며 "세월을 이길 수는 없지만 우리의 기억과 계승은 더 강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참전용사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시면 어떻게 정신을 계승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후손들과 연결할 창구를 만들어 감사와 기억을 이어갈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전했다.

그에게 보은행사는 기억을 다음 세대로 건네는 일이다. 새에덴교회는 지난 10일 '보훈의식! 기억을 넘어 계승으로'를 주제로 교계 최초의 보훈의식 계승예배를 열었다. 조부모 세대와 손주 세대가 함께 참여해 나라 사랑의 기억을 이어가는 자리였다. 예배에서 장년 세대가 보훈 계승 선언문을 낭독했고, 어린이와 청년 세대가 "우리가 기억하고 계승하겠다"고 화답했다.

소 목사는 이날 설교에서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보훈행사를 한 까닭을 "민족의 아픔을 잊지 않고 그 기억을 통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왜 20년째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 자녀에게 보훈의 기억을 전하기 위해서라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소 목사는 "일제강점기에도 선교사들은 학교와 병원을 세우고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며 "미션스쿨에서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 자유, 박애, 민주주의 정신을 가르쳤고, 이는 학생들의 3·1 운동 참여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소 목사는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 됐지만 교회는 교회대로 시대 정신을 이끌어야 한다"며 "사회 환원과 기부 운동, 보훈 정신을 함양하고 계승하는 것도 대형 교회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대사회가 과거의 수치와 비극의 역사를 너무 빨리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의 번영은 결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며 "과거의 비극과 희생을 잊는 민족은 미래의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에덴교회의 참전용사 보은행사는 민간 외교 역할도 하고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인 2018~2019년 소 목사에게 세 차례 친서를 보내 감사를 표했다. 올해 워싱턴 행사에는 전현직 미국 상·하원의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소 목사는 "보은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들은 미국으로 돌아가 지역 신문과 방송에 대한민국을 자랑했다"고 말했다.

소 목사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교회의 역할에 대한 고민도 내놨다. 그는 "AI는 정보와 지식을 줄 수 있지만 신도들을 회개로 이끌거나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게 할 수는 없다"며 "신앙의 본질은 하나님과 인간의 인격적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기술을 복음을 전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AI가 영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정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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