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컬과 1학년] 12.좋은 트레이너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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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가 보컬트레이너에 관한 칼럼 '보컬과 1학년'을 보컬트레이닝 전문가 리브가 선생님과 함께 진행한다. 리브가 트레이너는 보컬트레이닝의 세계에 대해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노래 레슨을 받으면 잘하게 되나요?"

얼마 전 한 실용음악 학과장으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나는 의아함을 품은 채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레슨 받으면 좋아지죠. 레슨 받았는데 좋아지지 않으면 둘중에 한 명이 문제가 있는거겠죠? 둘다 일수도 있고" 라고 웃으며 넘겼지만 돌아오는 길에 계속 마음에 남았다.

생각해 보니 이상한 질문이었다. 피아노 레슨을 받으면 피아노 실력이 좋아지냐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밥을 먹으면 배가 부르냐고 묻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보컬은 종종 질문을 자주 듣게 되는 걸까. 노래는 레슨을 받아도 반드시 좋아진다고 확신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일까? 그 질문은 자연스럽게 노래에 대해 그리고 트레이너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진=ai생성

사람들은 노래에 참 관심이 많다.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그래서 나는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내 직업이 보컬 트레이너라고 말하지 않는 편이다. 너무 많은 관심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노래는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영역이다.

보컬 트레이너의 역할을 학생이 스스로 1인칭의 시선으로는 알기 어려운 부분을 3인칭의 시선에서 함께 바라보며 정리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목표를 어느정도 알고 있지만 실제 레슨을 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보다 무엇이 더 잘 맞는지가 더 중요한 순간도 있다. 학생의 니즈와 재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R&B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이 많다. 한 학생은 노래를 들어 보니 그 학생의 소리에는 R&B 특유의 그루브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클래식한 발성 뮤지컬적인 표현에 능숙하고 매력적인 표현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뮤지컬을 먼저 배워보라고 권했다. 예상하지 못한 제안에 당황했지만,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결국 뮤지컬 학과로 진학했다.


/사진=ai생성

엔터테인먼트에 있는 트레이니는 말목소리부터 딕션의 속도감이나 어텍감이 유난히 매력적이었다. 본인은 고음을 잘하는 보컬리스트가 되고 싶어했지만 나는 그 친구의 매력을 다른 방식으로 확장해 싶었다. 랩을 시켜 보았고 기대 이상으로 놀라운 무대를 보여 주었다.

때로는 이런 과감한 방향 수정을 제안하는 일도 트레이너의 역할이다. 이런 선택은 트레이너에게 쉬운 결정이 아닐 수 도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레슨을 계속 이어 가는 것이 더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에게 더 맞는 방향을 찾는 일은 트레이너의 중요한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스포츠에는 코치와 트레이너의 역할이 구분되어있지만 보컬 트레이너라는 통칭 안에는 두 역할이 한 사람 안에 함께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보컬 테크닉을 트레이닝 시키는 일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방향을 판단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래서 트레이너는 학생을 다각도로 관찰해야 하고 때로는 과감한 재배치를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코끼리 코가 들어가면 몸통도 따라 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매력 포인트 하나가 제대로 표출되면 다른 장점들도 호박넝쿨처럼 자연스럽게 따라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실력을 발전시키는 일보다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 먼저일 수도 있다. 좋은 트레이너란 학생에게 더 잘 맞는 가능성을 먼저 발견해 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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