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중독 빠진 한국…의료 불신이 가짜 환자 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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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교수가 척추 뼈 모형을 앞에 두고 신간 ‘가짜 환자’를 소개하고 있다. /최진영 기자

김현아 교수가 척추 뼈 모형을 앞에 두고 신간 ‘가짜 환자’를 소개하고 있다. /최진영 기자

“한국인의 병원 이용 횟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의 약 3배입니다. 의료 불신이 만든 ‘닥터쇼핑’ 때문이죠.”

최근 <가짜 환자>를 출간한 김현아 한림대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26일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7.3회인데 OECD 평균은 6회 수준”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2위인 일본도 12회 정도인데 한국은 ‘병원 중독’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들은 의사의 진단만 믿지 못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고, 의료진 역시 소송 위험 탓에 방어적으로 검사를 반복하면서 과잉 의료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유럽처럼 1차 의료기관이 경증 환자를 맡고 중증 환자만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는 의료 전달체계의 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사 불신·소송 위험…과잉의료 악순환

김 교수는 30년 넘게 류머티즘 환자를 진료해온 국내 대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다. 서울대 의대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한의학회 제1회 분쉬의학상 젊은 의학자상과 일본류마티스학회 젊은의학자상 등을 받았으며, 연골세포와 류머티즘 관절염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작으로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등이 있다.

김 교수는 가짜 환자를 양산하는 주요 요인으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꼽았다. 1차 의료기관에서 충분히 진료할 수 있는 질환까지 상급종합병원으로 쏠리면서 ‘환자 아닌 환자’가 폭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병원 역시 일정 수준 이상 환자를 봐야 진료 역량이 유지되는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 서울 ‘빅5’ 병원으로 몰려가면서 의료 질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의료진 피로가 한계에 도달하는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과거 내과 병동에서 환자 상태가 밤사이 급격히 악화했는데도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해 사망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당시 전공의 한 명에게 밤새 전달된 호출 메시지만 150건에 이르렀고 사소한 증상부터 응급 상황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우선순위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잘못 설계된 실손보험 구조도 이런 쏠림 현상을 키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동네 병원에서는 실손보험이 없으면 검사비로만 20만~30만원이 드는데 대학병원에서는 1만원 정도면 해결되기도 한다”며 “1차 의료기관이 수익성이 좋은 비급여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경증 환자조차 대형병원으로 몰린다”고 했다.

◇“과도한 건강 집착도 문제”

김 교수는 근본적인 해법으로 유럽식 의료전달체계를 제안했다. 경증 환자는 지역 1차 의료기관이 맡고, 상급종합병원은 중증 환자 중심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들이 동네 병원을 신뢰하고, 정말 필요한 경우에만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차 의료기관이 실손보험과 비급여에 의존하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강에 대한 불필요한 집착도 내려놔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시각이다. 실제 생성형 AI 기술 발전으로 이 같은 불안이 증폭되기도 한다. AI 검색 결과 ‘패혈증 위험’이란 답변을 보고 극심한 공포를 느껴 내원한 환자도 있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완벽하게 건강한 사람은 없다”며 “검사 수치 하나에 지나치게 흔들리기보다 수면·운동 등기본적인 건강 습관을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최진영 기자 real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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