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은 빼주고 출산은 안 된다?…헌재, ‘변시 5년 제한’ 또 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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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은 빼주고 출산은 안 된다?…헌재, ‘변시 5년 제한’ 또 합헌

입력 : 2026.06.04 15:28

헌재 9명 중 5명 “헌법불합치”
정족수 6명 안돼 현행법 유지

변호사시험 응시. <사진=연합뉴스>

변호사시험 응시. <사진=연합뉴스>

변호사시험의 이른바 ‘오(5)탈자’ 조건에 임신·출산의 예외를 두지 않은 것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또 다시 나왔다.

현행법상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졸업생들은 졸업 후 5년 안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추가 응시가 불가능하다. 병역의무 이행은 이 기간에서 제외되지만, 임신이나 출산은 예외로 인정받지 못한다.

4일 헌법재판소는 변호사시험 응시기간 제한의 예외를 규정한 변호사시험법 7조 2항에 대해 지난달 21일 재판관 4대 5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관 9명 중 합헌 의견이 4명, 헌법불합치 의견이 5명으로 반대가 더 많았지만, 헌법불합치 정족수(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을 유지했다.

변호사시험법 7조 1항은 로스쿨 학위를 취득한 달의 말일, 혹은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시험을 친 날로부터 5년 내 5회만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고 정한다. 변호사 시험에 매달리는 이른바 ‘고시 낭인’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기간 내에 합격하지 못한 이들을 ‘오탈자’로 부르기도 한다.

단 7조 2항에서 병역의무 이행 기간은 5년 제한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헌법소원을 청구한 김누리 씨는 로스쿨을 졸업한 2016년 변호사시험에 응시해 불합격했다. 이후 2명의 자녀를 출산한 후 2020년 변호사시험에서 다시 탈락했다. 로스쿨 졸업 뒤 5년이 지나 ‘오탈자’가 된 그는 추가 응시가 불가능해졌다.

김씨 등은 변호사시험법이 오로지 병역의무 이행 기간만 응시기간 제한의 예외로 규정한 것은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해 헌법에 어긋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형두·정정미·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는 기존 선례를 유지했다. 이들은 “(병역의무 이행 외에) 다른 사유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으나, 그 사유나 지속기간을 일률적으로 입법하기 어렵다”며 “예외를 인정할수록 응시기회·합격률에 관한 형평성에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어 시험제도의 신뢰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반면 김상환·김복형·정계선·마은혁·오영준 재판관은 “임신·출산의 사유로 변호사시험에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변호사시험 준비생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헌법불합치 의견을 냈다.

이들은 헌법상 ‘국가의 모성(母性) 보호의무’를 들었다. 국가 존립과 발전을 위해 적정한 출산율과 인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서 임신과 출산의 영역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올해 제15회 변호사시험 여성 접수자(1897명)의 88.2%인 1674명이 25세 이상~35세 미만이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헌법불합치 의견 재판관들은 “여성 준비생의 대다수는 삶의 주기에서 임신·출산을 계획하거나 이행할 수 있는 시기에 변호사시험 준비 및 응시를 하게 된다”고 했다.

시험 준비 도중에 임신·출산을 하게 되면 입덧, 호르몬 변화, 출산의 고통 등을 겪으므로 정상적인 시험 준비를 할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응시한도 기간 경과에 따른 스트레스가 더해진다는 것이다. 임신·출산 계획을 포기하거나, 시험 응시한도 중 최소 한 번을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받게 되는 셈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2009년 변호사시험법 도입 이후 관련 헌법소원은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헌재는 일관되게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20년 11월 처음으로 재판관 4명이 ‘임신, 출산 등 불가피한 사유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변호사시험법 7조를 개정해 자녀를 출산하면 1년의 기간을 응시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내용을 법률에 명시하라고 법무부에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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