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베트남을 방문해 미국의 고율 관세로 인한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의 베트남 공장 제품 대미 수출 관련 문제 대응에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16일 외교부에 따르면 제4차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한 조 장관은 이날 하노이에서 베트남 권력 서열 2위인 르엉 끄엉 (Luong Cuong) 베트남 국가주석과 팜 밍 찡 (Pham Minh Chinh) 베트남 총리를 각각 예방했다. 조 장관은 찡 총리와 끄엉 주석에게 "최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 관련 한국과 베트남 양국이 긴밀히 소통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베트남 대미 협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의 이해가 반영되도록 노력해 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한 후 향후 본격적인 협상 과정에서도 협력할 것을 당부했다. 앞서 조 장관은 부이 타잉 썬(Bui Thanh Son)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도 만나 미국의 관세 문제를 비롯해 양국 관계 발전 방안 및 북한 문제 등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
미국이 베트남에 46%에 이르는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가운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절반가량이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등 한국 기업에도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G전자 역시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북미 수출용 생활가전 일부를 생산한다. 양국 장관은 최근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와 관련해 양국의 경제가 밀접하게 연계된 만큼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외교·안보, 교역·투자, 원전·고속철도·대규모 인프라 관련 전략적 협력, 과학기술, 영사·인적교류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한국인이 베트남에 안전하게 여행하고 체류할 수 있도록 지원을 당부했고, 썬 장관은 양 국민 간 인적교류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 교육 및 문화 분야에서의 협력 확대를 기대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이날 베트남 내 한국 동포·기업인과 간담회도 개최해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베트남에 있는 약 1만개의 한국 기업이 원활히 활동할 수 있도록 노동, 체류 허가 및 인허가 문제 등 애로사항 해결을 위한 당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 14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권력 서열 1위인 또 럼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을 갖고 미국의 일방적인 억압에 공동 대응하자고 주문하는 등 외교전을 펼쳤다. 시 주석은 지난 15일에는 럼 서기장과 함께 호찌민 묘소를 참배하고 중·베트남 철도 협력 메커니즘 출범식에 참석했다. 시 주석은 하노이 국제회의센터에서 양국 교류단체 대표들과도 만남을 가졌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