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 원적후 15년만에 처음
‘무소유’ 학술 세미나 연 덕조스님
“법정 스님 ‘무엇도 말라’셨지만… 스승의 말씀 재조명하는 게 도리
탐욕-불안에 지친 요즘 사람들… ‘비움의 가르침’으로 채워지길”

그리운 이름 ‘법정’(法頂·1932∼2010).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 길상사에선 법정 스님 원적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소유(無所有)’ 등 스님의 가르침과 삶을 조명하는 첫 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법정 스님은 일생을 무소유 정신과 함께 종교의 틀을 넘어 자비와 지혜가 하나 되는 수행의 길을 대중에게 일깨운 ‘참 어른’으로 존경받는다. 6일 길상사에서 만난 주지 덕조 스님은 “법정 스님의 가르침과 삶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지치고 힘든 요즘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비움으로 채우는 길을 알려주고 싶었다”라고 했다.
―15년 만에 처음 열렸다는 게 의외입니다.“제일 맏상좌로서 스승의 가르침과 삶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겠습니까. 더군다나 법정 스님은 고 김수환 추기경님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어른으로 늘 손꼽히던 분이셨는데요. 그간 절판된 산문집 ‘무소유’를 복간해야 한다는 권유도 많았고요. 그런데 늘 스님의 유언이 마음에 걸리더군요.”
―유언이라니요.
“법정 스님은 돌아가실 때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단순히 출판만 금지한 게 아니라 ‘내 이름으로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신 거죠. 생전에 당신의 법문과 말씀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모두 직접 폐기하셨을 정도니까요. 그 뜻을 거스르지 않으려고 오랫동안 조심스러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을 바꾼 계기라도 있습니까.
“종교를 떠나 스님의 말씀과 글에 위안받은 분들이 참 많지 않습니까. 지난해 봄 출간된 법정 스님의 미공개 강연 모음집 ‘진짜 나를 찾아라’(샘터)는 나오자마자 동이 날 정도였지요. 그만큼 마음이 지치고 힘든 분들이 많다는 뜻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무소유는 단순한 청빈이 아니라 탐욕, 불안, 소외 등에 힘들어하는 요즘 사람에게 위안과 치유를 주는 등불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승의 가르침을 재조명해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제자들이 할 일이 아닌가 싶었지요.”
―우문입니다만, ‘무소유’란 무엇인지요.“법정 스님은 차가 있었어요. 그랬더니 어느 대중이 스님에게 ‘무소유라면서 왜 차를 갖느냐’라고 물은 적이 있지요. 무소유는 아무것도 갖지 말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걸 갖지 말라는 뜻입니다. ‘갖지 말라’가 아니라 ‘갖되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지요. 스님은 당신이 시주받아 세운 길상사에서 생전에 단 하루도 주무시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 돌아가시고, 다비(茶毘)를 위해 다음 날 전남 순천 송광사로 운구하기 전까지 딱 하루만 묵으셨지요.”―필요와 불필요를 구분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하하하. 나는 안 쓰는데, 남 주는 건 또 아깝다면…그게 불필요한 것이지요. 쓰지도 않으면서 붙들고 있으면 그게 바로 얽매어 있는 것이고요. 불필요한 것에 얽매이지 않는 마음, 그게 정신적 자유이고 곧 무소유입니다.”
―길상사를 ‘우물’처럼 만들고 싶다고 하셨더군요.
“많은 분이 길상사를 찾지만, 한 바퀴 돌며 구경할 뿐 딱히 가져가는 건 없지요. 앞으로 ‘법정 학술상’을 제정해 스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무소유 문학관’을 세워 문학적 향기는 물론이고 언행이 일치한 스님의 삶을 직접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오시는 분들이 ‘법정’이라는 맑고 향기로운 물을 한 모금씩 마시고 돌아가실 수 있다면, 힘들고 지친 삶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겠는지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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