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금리 인하, 고위험 차주에 역효과…복지로 풀어야 할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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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유성 이수빈 기자] 서영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법정 최고금리 인하 법안을 발의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장은 무리한 법정금리 인하보다는 취약 차주에 대한 복지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장 겸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사진=김유성 기자)

곽 학회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법정금리를 낮추는 것은 그럴듯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고위험 차주들의 자금 접근 자체를 차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 문제는 금융이 아닌 복지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리스크가 큰 차주일수록 높은 금리를 감당해야 대출이 가능한데, 법으로 금리를 강제로 낮추면 이런 구조가 무너진다”며 “결국 이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이나 지하경제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금리 인하로 도움을 받을 사람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절박한 차주가 오히려 금융 혜택에서 제외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고위험군을 별도로 관리할 수 있는 금융 채널이 필요하다고 곽 학회장은 제안했다. 국가가 기금을 마련해 직접 지원하는 복지 정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복지의 책임을 금융기관에 떠넘기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런 식의 가격 통제는 국가가 금융을 소유하고 자금 배분을 주도하던 과거 방식이지, 지금의 시장경제와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은행들의 수익 증가를 ‘이자 장사’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곽 학회장은 쓴소리를 했다. 그는 “금리가 높아지면 예대 마진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금리가 낮아져 은행이 손실을 본다고 해서 정부가 이를 보전해주는 것도 아닌데, 금리 수준에 따른 수익 증가를 문제 삼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곽 학회장은 “금융기관이 예금을 받아 운용하는 만큼 공공성을 요구받는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 논리에 따라 수익 구조까지 억지로 바꾸라고 하면 안 된다”라며 “금융은 금융의 논리로 움직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민주당은 공식 공약으로 법정금리 인하를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법정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들과 학계에서도 과도한 금리 규제는 저신용자의 대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민주당이 법정금리 인하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2021년 7월부터 적용되고 있다. 이전에는 24%였다.

곽 학회장은 “정치권이 금융 정책을 논할 때는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가 감당해야 할 부작용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며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결과까지 선한 것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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