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세훈 후원자, 초면인 명태균에 자발적으로 거금 줬겠나”

3 weeks ago 17

‘여론조사 대납’ 오세훈 1심 벌금 1000만원
“吳 연락 직후 명태균 1차 여론조사 시작
결과표 측근에 전달된 것도 吳 의뢰 근거”
吳 “증거 없이 가능성만으로 내려진 판결”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7.22 사진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6.7.22 사진공동취재단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고 그 비용을 제3자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 의뢰자이자 비용 대납을 시킨 장본인이라고 판단했다. 여론조사 10건 중 5건의 의뢰 및 대납 사실을 인정했지만, 사실상 특검의 주장에 무게를 실은 것. 오 시장 측은 선고 직후 “증거는 없는데 가능성만으로 내려진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 法 “명태균, 오 시장 전화 받고 여론조사”

쟁점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이 누구인지였다. 재판부는 특검이 문제 삼은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이 오 시장의 의뢰로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명 씨가 여론조사 설문지와 결과표를 오 시장 최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보낸 점, 강 전 부시장의 문제 제기에 따라 여론조사 표본 수가 수정된 점, 명 씨가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에 관해 설명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오 시장이 강 전 부시장을 통해 명 씨에게 의뢰하고 결과를 받아본 뒤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가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특정되는 여론조사 5건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오 시장에게 결과지가 전달되지 않았거나, 여론조사 비용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입금 시기 등이 특정되지 않은 나머지 5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오 시장 측은 후원자 김 씨가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는 자발적으로 명 씨를 만난 게 아니라 오 시장 또는 강 전 부시장의 요청을 받고 명 씨를 만난 걸로 보인다. 김 씨가 전엔 만나본 적 없는 명 씨를 도와주려는 이유로 거금을 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 시장이 의뢰한 여론조사 비용은 정치자금에 해당하는 게 맞다”고 못 박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 전 부시장에 대해선 “오 시장의 최측근으로서 범행의 불법성을 잘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했다”며 벌금 300만 원을, 김 씨에겐 “명 씨와 나눈 통화녹음 파일 전부를 삭제하는 등 범행 이후 정황이 좋지 않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 “오세훈, 당선 위해 명태균 여론조사 필요” 판단오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서울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율 미달로 개표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사퇴했다. 이후 오 시장은 2016년 총선과 2019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2020년 총선에서 잇달아 낙선했고 재판부도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국민의힘 예비 경선 후보로 등록할 때 당내에선 나경원 의원 등이 경쟁자로 뛰고 있었다.

이에 오 시장이 선거 판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명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2020년 12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소개로 명 씨를 처음 만났고, 2021년 1월 나 의원이 자신보다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공표되자 명 씨에게 연락했다”며 이날 오 시장의 연락 직후 명 씨의 첫 번째 여론조사가 실시됐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주 경쟁자인 나 의원의 당내 지지를 의식하며 자신의 강점인 일반 시민 대상 지지도를 어필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오 시장을 향해 “다년간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정치자금법은 2004년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던 오 시장 등이 주도해 개정됐다. 지구당을 폐지하도록 한 정당법,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안 등을 묶어 ‘오세훈법’이라고 불렸다.

앞서 김건희 여사는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4일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같은 혐의로 13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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