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세훈, 명태균에 여론조사 5건 의뢰… 후원자가 비용 대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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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1심 벌금 1000만원] 100만원 이상 확정땐 시장직 상실
1심 “여론조사 비용 정치자금 해당”… 吳, 개정 주도 ‘오세훈법’에 발목
吳 “증거 없이 明 진술뿐” 항소 방침
‘무죄’ 김건희 내일 대법 선고 주목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523호 법정에서 진행된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선고에 출석했다. 재판 중계 화면 캡처

오세훈 서울시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523호 법정에서 진행된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선고에 출석했다. 재판 중계 화면 캡처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받고 그 비용을 제3자에게 대납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 의뢰자이자 비용 대납을 시킨 장본인이라고 판단했다. 여론조사 10건 중 5건의 의뢰 및 대납 사실을 인정했지만 사실상 특검의 주장에 무게를 실은 것. 오 시장 측은 선고 직후 “증거는 없는데 가능성만으로 내려진 판결”이라며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 法 “명태균, 오 시장 전화 받고 여론조사”

쟁점은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사람이 누구인지였다. 재판부는 특검이 문제 삼은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이 오 시장의 의뢰로 이뤄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명 씨가 여론조사 설문지와 결과표를 오 시장 최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보낸 점, 강 전 부시장의 문제 제기에 따라 여론조사 표본 수가 수정된 점, 명 씨가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에 관해 설명한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오 시장이 강 전 부시장을 통해 명 씨에게 의뢰하고 결과를 받아본 뒤 자신의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 씨가 비용을 대납한 것으로 특정되는 여론조사 5건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의 요청이 없었다면 김 씨가 명 씨 측 계좌로 돈을 입금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반면 오 시장에게 결과지가 전달되지 않았거나, 여론조사 비용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입금 시기 등이 특정되지 않은 나머지 5건은 무죄로 판단했다.

오 시장 측은 김 씨가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씨는 자발적으로 명 씨를 만난 게 아니라 오 시장 또는 강 전 부시장의 요청을 받고 명 씨를 만난 걸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오 시장이 김 씨로부터 여론조사와 그에 대한 명태균의 설명을 전송받고 “고맙습니다!”라고 반응한 점도 오 시장의 요청이 있었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적시됐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오 시장이 의뢰한 여론조사 비용은 정치자금에 해당하는 게 맞다”고 못 박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강 전 부시장에 대해선 “범행의 불법성을 잘 알면서도 범행에 가담했다”며 벌금 300만 원을, 김 씨에겐 “명 씨와 나눈 통화 녹음 파일 전부를 삭제하는 등 범행 이후 정황이 좋지 않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 “오세훈, 당선 위해 명태균 여론조사 필요” 판단

명태균
오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에 서울시장직을 걸었다가 투표율 미달로 사퇴했다. 이후 오 시장은 2016년, 2020년 총선에서 낙선했고 재판부도 “정치적 입지가 위축된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이 국민의힘 예비 경선 후보로 등록할 때 당내에선 나경원 의원 등이 경쟁자로 뛰고 있었다. 이에 오 시장이 선거 판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명 씨에게 먼저 연락했다는 게 1심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2020년 12월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소개로 명 씨를 처음 만났고, 2021년 1월 나 의원이 자신보다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공표되자 명 씨에게 연락했다”며 이날 오 시장의 연락 직후 명 씨의 첫 번째 여론조사가 실시됐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주 경쟁자인 나 의원의 당내 지지를 의식하며 자신의 강점인 일반 시민 대상 지지도를 어필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오 시장을 향해 “다년간 국회의원, 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향후 5년간 공직을 맡을 수 없는 정치자금법은 2004년 당시 초선 국회의원이던 오 시장 등이 주도해 개정돼 이른바 ‘오세훈법’으로 불린다.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24일 상고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혐의로 13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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