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이 지적장애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며 법률 용어 대신 쉬운 문장과 그림으로 구성된 '이지리드 판결문'을 처음 제공했다. 판결 내용을 당사자가 직접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취지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지적장애인 A씨가 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장애정도 미해당 결정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2026년 1월부터 시행된 대법원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사법지원 예규'에 따라 공식 이지리드 판결문이 교부된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A씨는 양천구청에 장애인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구청은 국민연금공단의 심사 결과를 근거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의 지능지수는 서울대병원 검사 결과 61~67이었다. 통상 지적장애 판정 기준으로 알려진 IQ 70점 이하에 해당하는 수치다. 쟁점은 지적장애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였다. 법원은 단순히 지능지수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장애인복지법령이 정한 지적장애는 단순히 지능지수만으로는 판단될 수 없고 결국 그 지적 능력 손상으로 일상 및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이 있는지 여부로 판단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성인이 된 뒤 지적장애를 인정받는 경우 후천적 뇌 손상이나 질환을 반드시 증명해야 하는지도 쟁점이었다. 법원은 이를 필수 요건처럼 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후천적 뇌 손상 또는 뇌 질환의 존재를 사실상 필수적 요건처럼 전제한 것은 법령상 판단기준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별도로 제공된 이지리드 판결문이다. 어려운 법률 표현 대신 당사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판결 결과를 설명했다.
이지리드 판결문에는 "원고가 재판에서 이겼습니다. 소송에 들어간 돈은 구청이 냅니다"라는 문장이 담겼다. 또 "법원은 구청의 결정을 취소합니다. 이제 구청은 A씨에게 장애인을 위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라는 설명도 포함됐다.
판결문에는 삽화도 들어갔다. 글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을 그림으로 보완한 것이다. 해당 삽화는 사법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켜 생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판결 이유를 설명하며 장애인복지법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언급했다. 리시아 칼슨의 저서 '지적장애의 얼굴들'도 인용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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