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물건에는 쓰던 사람의 삶과 생활의 흔적이 깃들어 있다. 한때 소중하고 유용했지만, 지금은 쓰레기가 된 가구와 사물들. 민성홍은 이런 잡동사니에 주목하는 작가다. 그는 버려진 물건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의 파도에 밀려 어딘가로 떠내려가는 주인의 모습을 발견한다. 원래 있던 곳에서 밀려나고,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고, 새로운 곳에 적응해야 하는 사람들. 민성홍이 잡동사니로 만들어내는 작품에는 이런 사람들의 모습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서울 삼청동 갤러리조선에서 열리는 ‘부스러기의 흐름(Flow of Debris)’은 민성홍의 신작들을 소개하는 전시다. 지하 전시 공간에는 그의 설치 작품들이 나와 있다. ‘순환하는 신체_안테나 새’(2025)는 올해 완성한 작품이다. 그가 수집해 재조합한 물건들에 ‘크리스탈 라디오’를 결합했다. 크리스탈 라디오는 공기 중에 떠도는 미세한 전파를 포착해 소리로 바꾸는 장치. 이를 통해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 시스템 속 여러 흐름들에 영향을 받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2층 전시 공간에 있는 평면 작업들을 주목할 만하다. ‘회화를 위한 연습(Exercise for Painting)’과 ‘드로잉을 위한 연습(Exercise for Drawing)’ 연작이 나와 있다. 민성홍은 자신이 수집한 사물을 목재 파쇄기로 잘게 부순 뒤 이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질감은 울퉁불퉁하다. 부서진 사물의 파편이 페인트 아래에 부조처럼 솟아올라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기능을 잃은 것들이 원래 있던 장소에서 떨어지며 받는 충격, 그리고 새로운 위치에 정착해 다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처럼 작가가 ‘부스러기’들을 재료로 만든 작품들은 보는 이에게 은근한 위로를 주는듯 하다. 누군가에게는 버리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 보물이 될 수 있듯이, 부서지고 흩어진 존재들도 새로운 관계를 맺고 다시 소중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2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