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 6.8%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후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배민 포장 주문 서비스를 유지하자니 불경기에 수수료 부담이 가중되고, 해당 서비스를 쓰지 않자니 '노쇼'(no-show·예약 부도) 우려가 생겨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호소에 나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장님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포장 주문 서비스에도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내수 침체로 자영업 경기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그간 부과하지 않던 포장 주문 수수료가 자영업자들에게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높은 수수료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직접 매장 전화로 포장 주문을 받을 경우엔 노쇼 위험 부담이 생길 수 있어 해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하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김밥집을 운영 중인 점주 A씨는 "노쇼가 몇 번 반복되면서 매장 전화 포장 주문은 안 받았는데, 노쇼 부담과 수수료 지급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하소연했다.
수수료 부담에 포장 주문 서비스 해지를 고려 중인 '나 홀로 사장님'들은 업무 부담이 커질까 봐 걱정하는 분위기다. 홀로 중식집을 운영하는 B씨는 "요리도 직접 해야 해서 배민을 쓰면 아무래도 편했는데, 수수료를 더 내더라도 몸 편한 게 나을지 고민된다"고 전했다.
A씨와 B씨는 당장은 답이 없어 포장 주문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 해지를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배민은 효용 가치 크다는데…전문가는 "자구책 마련해야"
전문가들 사이에선 배민의 이번 수수료 부과가 플랫폼과 업주의 상생에 물음표를 던진다면서도, 수수료 부담이 크고 '노쇼'도 방지하기 위해선 자영업자 스스로 기술적·운영상의 장치 마련도 필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카카오톡 채널 등 다양한 주문 경로를 활용해 주문 즉시 계좌번호 또는 간편결제 링크를 자동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선결제를 유도할 수 있어 노쇼를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고 업무 부담이 유의미하게 늘어나지도 않는다"며 "플랫폼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영업자들도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배민 측은 수수료를 부과해 '픽업(포장) 활성화 프로그램'에 투자한다면 포장 주문이 활성화돼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배달 중개 수수료가 줄어들어 실질적인 이익은 더 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앱을 통한 포장 주문이 중개 수수료가 있다고 해도, 전화 주문과 대비해 업주들이 매장 운영을 하면서 얻는 편의성이나 효용이 훨씬 크다"라고도 부연했다.
이민형 한경닷컴 기자 mean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