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혁의 신작 장편소설 <실전 한국어>는 2020년 <초급 한국어>, 2023년 <중급 한국어>에 이어 3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어 시리즈’ 새 작품이다. 자전적 경험과 서사적 허구를 혼합하는 ‘오토픽션(autofiction)’ 장르답게 주인공의 이름은 이번에도 문지혁이다.
소설 속 문지혁은 한 대학 임용에 지원해 탈락한 뒤, 구청의 ‘나도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뽀개기’ 수업을 맡는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들을 만나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의 ‘영웅의 여정’ 구조 등 서사의 문법에 대해 가르친다.
정작 이 책이 그리는 문지혁의 삶은 그런 형식에서 비켜나 있다. 모험이나 각성 대신, 우연히 맞닥뜨리는 일들이 소설을 이룬다. 이야기 수업에서 가르치는 것처럼 질서정연하지 않다.
소설 속 문지혁은 한국어를 ‘고맥락 언어’라고 말한다. 말 자체보다 맥락이 중요하고, 설명되지 않은 것을 눈치껏 읽어야 하는 언어라는 뜻이다. 이 소설의 삶도 비슷하다. 매일 일어나는 사건의 의미는 완전히 정리되거나 설명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것은 인간의 숙명과도 같다. ‘이야기란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모아 말이 되게 만드는 일’이라는 문장이 작품 전체를 붙들고 있다. 소설 속 문지혁은 “스토리텔링은 우주의 진실이 무의미에 있다는 것을 훔쳐보게 된 인간이 만들어 낸 연약하고도 유일한 방패”라고 했다.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딸 은채와의 끝말잇기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은유다. 끝말잇기는 상대가 어떤 말을 던질지 알 수 없는 게임이다. <실전 한국어>는 어떻게든 다음 단어를 이어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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