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의 골프 스윙은 어떨까. 리듬감, 학보다도 우아한 동작, 움직임의 밸런스를 떠올리며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을 만났다.
문화예술계 오랜 지인과 함께 K-컬처의 글로벌 위상에 대한 포럼 특강 주제와 제목을 정하고 있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발레리나로 오늘날 세계적인 한국 발레를 만들어 낸 주인공, 유니버설발레단 문훈숙 단장의 발레 이야기를 상상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동공이 더욱 커지고, 가슴이 훅 뛰어올랐다.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물론 어린 시절부터 발레단 주변을 맴돌며, 여름에는 <백조의 호수>를, 크리스마스에는 <호두까기 인형>을 관람했던 특별한 애정도 새삼 발동했을 것이다. 당장 뵙기를 청했다.
단장님이 생각하는 골프는 어떤 것인지요. 욕심 부리지 않고 힘을 빼야 더 잘 돼요. 그래서 골프가 인생과 비슷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5시간 이상을 동반자들과 함께 걷고 이야기 나누며 식사를 하고. 긴 시간을 공유하는 골프는 언어와 사회성을 가진 인간들을 위한 특별한 스포츠인 것 같습니다. 비즈니스 파트너를 정할 때나 사람을 판단할 때 같이 골프를 한다는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하루 만에 오랜 친구처럼 친해질 수도 있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정말 잘하고 싶은 운동인데 도저히 시간이 안 나서 일 년에 서너 번 라운드 하는 수준이라 늘 아쉬움이 있는 운동이기도 해요.
골프 입문이 궁금합니다. 1996년부터 유니버설발레단의 단장을 맡았지만 2001년 무용수로서 완전히 은퇴한 시점에 시작했습니다. 숙명여대 골프 과정에 입문해 처음 골프를 쳤어요. 그 이후 또 10여 년 공백이 있었습니다. 골프는 친구, 시간, 자원 세 가지가 있어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때는 저희 아이들이 사춘기여서 아이들에게 집중해야 하는 시기였어요. 또 당시 유니버설문화재단 이사장, 한국문화재단 이사장, 학교법인 선학학원 부이사장, 자원봉사 애원 이사장, 세계평화여성연합 세계회장 등 많은 일을 맡고 있어 정말 바쁘게 살았습니다. 골프를 다시 시작한 것은 코로나 이후이니 이제 4~5년 정도 됐어요. 골프도 필드를 자주 나가야 되는데 그걸 못해서 지금도 영원한 초보로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심정으로 양해를 구하면서 필드에 나갑니다.
골프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저, 홀인원했어요. (웃음) 완전 100% 운이었죠. 바람이 그날 많이 불었어요. 다행히 공이 그린 쪽으로 가면서 마운드를 맞고 굴렀는데 안 보였어요. 동반자 한 분이 먼저 그린 근처에 계셨는데 홀에 들어갔다면서 크게 좋아하셨어요. 처음에는 믿지도 않았어요. 홀 안에 있는 공을 보고 참 신기했습니다.
저는 춤을 추면서 수많은 동작을 했잖아요. 그런데 골프 스윙 이 한 동작이 왜 이렇게 안 될까? 발레에서 수많은 동작을 잘하지만 골프 스윙 한 동작을 정복(Conquer)할 수가 없는 거예요. 항상 발레는 바닥이 중요하고 공간, 그리고 내 몸이 움직이니까 특별한 변수가 없잖아요. 근데 골프는 동작은 하나지만 공이 있는 위치에 따라서 방향과 거리가 계속 달라지죠. 아무리 몸을 잘 놀렸던 사람이라도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정말 흥미로워요. 골프 스윙 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서 수없이 연습을 하니까 ‘정말 골프에 한없이 빠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저는 뭐 하나 하면 잘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어서요.
골프할 때 루틴이 있으신가요. 꼭 미리 가서 스트레칭을 해요. 저는 발레 스트레칭을 안 하면 몸이 안 풀린 것 같아서 몰래 일찍 가서 탈의실에서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려고 노력해요.
공연하는 것보다 더 긴장이 돼요. 공연도 엄청 긴장되지만 일단 막이 올라가면 앞은 컴컴해요. 관객이 있다는 건 알지만 안 보이니까요. 하지만 골프는 대낮에 치고 바로 코앞에서 뒤티에서까지 다 지켜보고 있고 동반자들이 있으니까 처음 갔을 때는 심장은 쿵쾅거려서 벌벌 떨면서 쳤어요.
또 여러가지 일들로 수업을 많이 빠지게 되니까 퍼팅을 제대로 못 배웠어요. 손으로 공의 무게를 이용해 던지는 힘의 크기를 생각해서 퍼팅의 거리를 맞추려고 노력해요. 저는 ‘무용수의 친구는 중력 밖에 없다’고 가르칩니다. 내 다리와 몸의 무게를 느끼면서 중력으로 바닥을 밀면서 움직입니다. 골프 스윙 할 때도 기억하려고 노력합니다.
106명의 무용수를 이끄는 단장님의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요. 최근에 광진구에서 마곡으로 사무실과 연습실을 이전했어요. 새로운 미래를 구축해 나가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작품도 기존 작품도 올리면서 컨템퍼러리 발레도 계속 추진해야 돼요. 창작발레도 있지만 클래식 작품들도 지속적으로 가져와야 되고 해외 공연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문훈숙 이후 발레단의 미래에 대해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무용수들을 길러내고 좋은 공연을 관객들한테 보여주는 전통과 역사가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기반을 더욱 단단히 만들어 주는 것, 저에게 지금 가장 큰 숙제입니다.
발레를 한마디로 소개해 주신다면. “발레는 살아서 움직이는 미술 작품이다. 또 음악을 보이게 하는 것이 발레다.” 한 나라의 격을 올리는 예술장르를 꼽으라면 심포니, 오페라, 그리고 언제나 빠지지 않는 것이 발레입니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발레는 여러분의 많은 사랑과 관심의 힘으로 더욱 성장할 것입니다.
한류, K-컬처의 뿌리가 풍류이고, 풍류의 뿌리는 경천애인 홍익인간이라는 대한민국 정신 근간입니다. 문화를 넘어서 우리나라의 가치관이 진정한 세계 평화를 이루는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의실 테이블에서 일어나 직접 힘을 빼면서 중력을 이용하는 손과 발 동작을 보여주는 문훈숙 단장. 그녀의 열정에 빠져들며 골프 치는 지젤을 보았다. 아름다운 몸짓과 진심 가득한 언변에 감동의 물개박수를 치고 있는 나를 인지하자 약속된 시간이 끝나갔다. 문 단장의 말을 되새기며 창작발레 <정>은 물론이고 어떠한 작품도 놓치지 않고 관람하리라 다짐해 본다.
“품격은 한 나라를 드높이고, 의미 있는 발레는 지성을 풍요롭게 합니다(Grace educates and raises a nation, and a meaningful ballet enriches the intellect).”
[writer 이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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