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내한한 13년 전과 비교하면 음악이 빨라지고, 가벼워지면서도 발랄해졌습니다. 수준 높은 한국 관객들은 대번에 알아차릴 거예요. 개그 요소도 사회 변화에 맞게 바꿨으니 찾아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오는 7월, 13년 만에 내한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Wicked)'의 데이비드 영 뮤지컬 수퍼바이저는 30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위키드의 달라진 무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글린다 역의 코트니 몬스마와 엘파바 역의 셰리든 아담스는 두 마녀의 우정을 이야기하는 넘버 'For good(포 굿)'을 부르며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위키드 개막의 기대감을 높였다.
위키드는 초록색 피부를 가진 마녀 엘파바와 인기 많은 금발 마녀 글린다의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에선 2012년 처음 관객들을 만났다. 이번에는 오는 7월 12일부터 10월 2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한다. 이후 11월 부산, 내년 1월 대구에서 무대에 오른다. 첫 내한 당시 오케스트라 지휘자였던 영 수퍼바이저는 "2012년 마지막 공연 때 출연자 출입구 앞에 축구 팬들처럼 모여 넘버 '포 굿'을 큰 소리로 불러주던 한국 관객들의 열정을 잊지 못한다"며 "이번에도 관객들이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웃었다.
두 주연 배우도 한국 공연을 앞두고 들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위키드로 뮤지컬에서 첫 주연을 꿰찬 아담스는 "한국 관객들이 굉장히 열정적이고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많고 수준도 높다고 들었다"며 "(위키드 관련) 게시글에는 댓글이 500개 넘게 달리는데, 관객들에게 받은 관심과 사랑을 공연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몬스마는 "한국 관객들이 반겨준다는 소식에 머나먼 곳인데도 가족이 있는 것처럼 든든하고 행복하다"며 "글린다는 몸 개그가 많은 역할이라 한국 관객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위키드의 하이라이트는 초록마녀 엘파바가 공중으로 떠오르며 대표곡 'Defying gravity(중력을 거슬러)'를 부르는 장면. 아담스는 "엘파바 역을 맡아서 영광이긴 하지만 관객들이 기다리는 장면인 만큼 훌륭하게 표현하기 위해 공연에 들어가기 전 일상에서부터 노래의 무드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한다"며 "엘파바 캐릭터의 연약함과 진솔함을 모두 전하면서도 노래의 강렬함을 전달하기 위해 스스로 믿고 관객들에게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몬스마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글린다와 자신이 닮았다고 말했다. "연기 같은 건 못해요. 전 글린다 그 자체입니다.(웃음)"
두 배우는 각자 해석한 작품의 의미도 전했다. 몬스마는 "글린다는 가지고 태어난 특권 자체가 많은 캐릭터"라며 "극중에서 (글린다가) 배운 긍휼과 연민을, 사회에서도 같이 느끼며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담스는 남들과 다른 피부를 가진 초록마녀 엘파바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는 지점을 강조했다. 그는 "누구라도 세상을 살아가며 소외된 것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을 텐데, 나도 학창 시절에 그런 기분을 느꼈다"며 "다른 사람과 어떤 점이 달라도 괜찮다는 것을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가르쳐 주는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사랑하는 사람이든 길가에서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든,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세요. 우리는 타인을 섣불리 판단하고 비판하기 쉬운데, 작은 사랑이 먼 길까지 닿을 수 있습니다. (A little bit of love can go a long way) 그리고 이런 작은 사랑 하나가 이 세상을 바꿀지 누가 알겠어요?"
허세민 기자